세운상가에 터를 잡은 스타트업 메이커 타이드 인스티튜트 고산 대표 – 월간디자인

타이드 인스티튜트 고산 대표.

지금의 스타트업 전성시대를 이끈 일등 공신은 단연 젊은 창업가들이겠지만, 이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들의 공로도 이에 못지않다. 특히 메이커 무브먼트 붐을 탄 제조업 기반의 스타트업들 이면에는 타이드 인스티튜트라는 든든한 조력자가 존재한다. 타이드 인스티튜트 고산 대표를 인터뷰하기 위해 이들이 운영하는 세운상가 5층 팹랩 서울에 들어섰을 때 창립 5주년을 자축하는 문구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척박한 환경에서 5년이란 시간을 버텨냈다는 안도감일까, 혹은 제조업 기반의 스타트업들을 이끌었다는 뿌듯함일까, 고산 대표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대중에겐 ‘우주인 예비 후보’로 더 잘 알려진 그지만, 사실 그 이후의 삶이 더 다이내믹했다. 아쉽게 우주인 최종 선발에서 떨어진 그는 이후 공공 정책 공부를 위해 하버드 대학 케네디 스쿨에 진학했고 그곳에서 우연찮게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2010년 당시 미국에 불어닥친 제조업 기반의 스타트업 창업에 눈을 뜬 것이다. “당시 국내 스타트업들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에만 치중하고 있었지만, 이미 미국에선 3D 프린터가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국내에도 새로운 흐름의 스타트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하여 2011년 자본금 100만 원으로 출발한 타이드 인스티튜트는 이제 어엿한 스타트업의 선봉장이 됐다. 타이드 인스티튜트는 크게 두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실질적으로 창업가를 발굴ㆍ육성하는 E랩.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뜻하는 이곳은 글로벌 한인 창업 대회인 스타트업 스프링 보드를 비롯해 창업을 위해 최첨단 과학기술 트렌드를 공유하는 과정인 타이드 아카데미, 창업 자금을 지원하는 타이드 엑스 등을 진행한다. 또 다른 파트인 M랩에선 말 그대로 메이커(Maker)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팹랩 서울이 대표적이다. MIT 미디어랩 닐 거셴필드(Neil Gershenfeld) 교수가 최초로 고안한 이 디지털 제작 공작소는 메이커들의 학교이자 스타트업들의 전초기지다. 타이드 인스티튜트는 팹랩 서울을 통해 창업가와 메이커 간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낸다. 그런데 왜 하필 고산 대표는 잊혀가던 세운상가를 택했을까? ‘이곳에선 탱크도 만들 수 있다’는 세운상가에 얽힌 우스갯소리가 그에게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운상가와 타이드 인스티튜트의 만남이 처음부터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하루는 비가 새 공간 전체가 물에 잠기는 대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또 공용 공간인 중정에서 행사를 진행했다가 이웃 상인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팹랩 서울의 김동현 연구원은 이에 대해 ‘세운상가의 이웃 되기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실수를 인정했다. 이후 이들은 일일이 주변 상인과 장인들을 찾아다녔다. 곳곳에 숨어 있는(?) 장인들을 찾아가 인사를 나누고 이들의 정보를 정리해 서울시와 공유하기도 했다. 자신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자 세운상가의 상인과 장인들도 조금은 마음의 문을 연 눈치라고. 덕분에 하드웨어 설계 기술이 부족한 스타트업 창업가들과 장인을 연결해주는 네트워크 조성도 가능해졌다. 이들은 조만간 세운상가 주변의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을 초대해 조촐한 맥주파티도 열 계획이다. 너무 낭만적인 표현일 수도 있지만, 제조업의 역사가 담긴 세운상가와 제조업 기반의 스타트업을 비전으로 삼은 타이드 인스티튜트의 조우는 어쩌면 운명 아닐까. www.tideinstitute.org fablab-seoul.org

팹랩에서 작업 중인 메이커.
움직이는 팹랩이라고 할 수 있는 팹 트럭. 지난해 부산디자인페스티벌과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도 선보였다.
2015 메이커 페어 서울 기간 동안 선보인 ‘팹 파빌리온’. 구조물 앞에 설치된 버튼을 조작해 파빌리온의 색상을 바꿀 수 있다.
팹랩 서울에서 진행하는 워크숍 포스터.

타이드 인스티튜트
고산 대표가 2011년 설립한 기술 창업 지원 비영리 법인. 창업가와 메이커를 육성하고 이들 사이의 만남을 연결해준다. 2013년 4월 세운상가 5층에 팹랩 서울을 열었으며 전국 3곳에서 정부 관련 조직과 함께 메이커 스페이스를 운영한다. 다양한 창업 지원 활동도 벌이고 있는데, 이 중 기업가들의 창업 대회인 스타트업 스프링 보드를 서울, 실리콘밸리, LA, 보스턴, 뉴욕, 런던, 상하이, 도쿄, 자카르타 등지에서 지금까지 40회가량 진행했다.

타이드 인스티튜트가 말하는 을지로의 장점 & 팁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어디에서나 쉽게 재료를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운상가 곳곳에 제조 관련 재료가 즐비하고 가까운 방산종합시장에서도 재료를 구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싼 임대료, 오래된 지역 생태계에 따른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도 빼놓을 수 없다. 또 최근에는 디자이너, 건축가, 아티스트들의 입주가 늘어나면서 이들 사이에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원문 보기 : http://mdesign.designhouse.co.kr/article/article_view/103/73501?per_page=1&sch_txt&dable=5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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