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북창동 룸살롱, 오피스로 개조했더니… – 머니투데이

[We-conomics Korea]②우주인·치과의사·대기업 임원… 가진 그들의 ‘공유불패’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편집자주] 제러미 리프킨의 주장처럼 ‘소유’의 시대는 끝난 걸까. 소유보다 공유가 익숙한 ‘위제너레이션(We Generation)’이 등장했다. 우버의 불법 서비스 논란을 지켜보며 공유경제가 기존 시장경제를 잠식한다는 우려와 함께 시장 초기의 통과의례라는 시각도 공존한다. 어느 쪽이든 법과 제도를 논하기 전 이미 젊은이들에게 공유는 라이프 스타일 혹은 창업 기회로 자리잡았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국내에서 공유경제가 ‘빛’으로 자리잡기 위한 대안을 모색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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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워킹오피스 ‘스페이스 노아’가 위치한 서울 북창동의 한 건물. 치과의사 박근우 대표가 룸쌀롱이었던 공간을 개조해 공유오피스로 만들었다.

최게바라 기획사, 젠니클로젯, 로꼬모티브, 아띠인력거….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북창동 룸살롱 골목 공동사무실에서 커피를 홀짝이다 만나 시작됐다는 것이다. 코워킹오피스(co-working office) 스페이스 노아 얘기다.

소위 룸살롱 삐끼들이 나눠주는 전단지와 성매매의 밀담이 오가던 북창동은 유흥업소들이 강남으로 빠져나가면서 공동화(空洞化)되고 있다. 이런 곳에 소셜 창업을 독려하는 코워킹오피스라니. 스페이스 노아를 직접 방문해보면 이런 의문은 말끔히 풀린다.

어지러운 술집과 음식점 간판 사이에 혀를 내밀고 웃고 있는 아인슈타인의 얼굴. 이 4층 건물은 원래 룸살롱 자리였다. 룸살롱이 폐업해 나간 자리를 박근우 ㈜스페이스 노아 대표가 임대해 코워킹오피스로 개조했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치과주치의이기도 하다.

 

◇스리랑카 찍고, 아프리카… 북창동 룸살롱에 둥지 튼 이유

‘환자들에 대한 ‘치료’ 행위로 이렇게 돈을 많이 벌어도 되는걸까.’ 처음 병원을 개업하고 몇년간 아쉬울 것 없이 누렸다. 어느 순간 편치 않았다. 잘 되던 병원을 팔고 스리랑카로 의료 봉사를 갔다. 아동노동 착취와 성매매 현장은 무기력할 정도로 끔찍했다.

“국제원조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이용당하지 않게 아빠들이 안정된 좋은 일자리가 먼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자본주의가 정상화되는 게 선결과제였던 거죠.”

스페이스 노아에서 프로젝트 작업 중인 박근우 대표(왼쪽에서 세번째)와 코워커들
스페이스 노아에서 프로젝트 작업 중인 박근우 대표(왼쪽에서 세번째)와 코워커들

전 재산을 챙겨들고 아프리카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석 달만에 못 견디고 돌아왔다. 박 대표는 “모두가 고 이태석 신부가 될 수는 없는 거죠. 한국에서 할 일이 있겠지 싶어 구글링을 하다 해외 코워킹 플레이스 사례를 보게됐고, 이거다 싶었어요.”

박 대표는 “우연히 북창동을 지나다 삐끼들의 전단지를 받고 충격을 받았어요. 스리랑카나 아프리카가 아니라도 인간이 매매되는 상황은 버젓이 벌어지고 있죠. 동네 한번 바꿔보자, 강남으로 이동하거나 폐업하고 비는 룸살롱 공간에 터를 잡자 생각했죠.”

스페이스 노아가 오픈한지 2년 3개월. 이제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박 대표를 포함한 직원 5명은 창업을 꿈꾸며 공간을 찾는 이들이 외롭지 않게 모이고, 떠들다 마시고, 일하도록 ‘꼬신다.’

박 대표는 “청년창업은 말이 쉽지 공간만 덩그러니 만들어둔다고 네트워킹이 이뤄지지 않는다. 일단 버텨야 기회가 오는데 그 버티기가 외롭고 힘들다. 사무기기뿐 아니라 정보, 아이디어, 노하우를 공유하고 인력까지 교류할 수 있게 자극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1년간 스페이스 노아를 방문한 이들은 총 3500여명. 이들 중 30여명은 공동창업을 하거나 프로젝트별로 공동작업하는 코워커(co-worker)들이다.

서울 종로 세운상가 한 켠에 자리잡은 '팹랩 서울.' 3D프린터를 비롯한 디지털제작장비들을 저가에 사용할 수 있는 공유제작소이자 교육장이다. <br /> “></p>
<p style=서울 종로 세운상가 한 켠에 자리잡은 ‘팹랩 서울.’ 3D프린터를 비롯한 디지털제작장비들을 저가에 사용할 수 있는 공유제작소이자 교육장이다.

 

◇수억대 3D 프린터 함께 쓰니 사업비 줄어… 초등생도 ‘북적’

80년대 전자산업의 메카에서 지금은 구도심의 흉물로 전락한 세운상가. 손님도 거의없고 폐업한 곳도 눈에 들어온다. 이 낡은 세운상가 한 켠에 레이저 커터, CNC라우터, 3D프린터 등 최신 디지털 제작(Digital Fabrication) 장비를 공유하는 ‘팹랩 서울’이 자리잡고 있다.

팹랩(Fab Lab, Fabrication Laboratory)에서는 디지털 제작장비를 통해 누구나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다. MIT 미디어랩에서 처음 시작해 현재 전세계 36개국에서 팹랩은 127개소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우주인’으로 유명한 고산 타이드 인스티튜트 대표가 SK텔레콤과 함께 국내 1호인 팹랩 서울을 오픈했다. 정부도 팹랩의 가치에 주목해 타이드 인스티튜트와 손잡고 수원, 판교, 대전, 부산 등 전국으로 팹랩을 확산시키고 있다.

팹랩에서는 시가 수억원에 달하는 3D 프린터 등 디지털 장비를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팹랩에서 만들어진 디자인과 프로세스들은 타인들 역시 사용하고 배울 수 있게 개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팹랩 서울에서 레이저 커터를 이용해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직접 만들어보고 있는 청년들

팹랩 서울에서 레이저 커터를 이용해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직접 만들어보고 있는 청년들


디지털제작장비들은 사용자의 숙련도가 완성품의 품질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동일한 품질로 반복 생산이 가능하다. 이런 장비를 이용하면 어린이나 복잡한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아이디어를 입체적 물건으로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은퇴 후 창업을 준비하는 50대부터 디지털 장비에 대한 관심이 많은 초등학생까지 팹랩을 찾는 이들의 연령은 다양하다.

구혜빈 타이드 인스티튜트 연구원은 “악세서리, 캐릭터 장난감 등 소품부터 인테리어 제품, 의자 등 가구까지 소규모 창업을 준비하는 자영업자가 시제품을 미리 만들어보기 위해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구 연구원은 “팹랩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지역 사회의 자원으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사물을 제작하는 새로운 방법을 교육하는데 중점을 둔다”며 “공유제작소를 통해 소셜 디자이너를 육성하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라고 밝혔다.

타이드 인스티튜트의 팹랩 연구를 맡고 있는 구혜빈 연구원

타이드 인스티튜트의 팹랩 연구를 맡고 있는 구혜빈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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