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제작 본능 맘껏 펼쳐라”… 메이커 스페이스는 만능공장 – 한국일보

만드는 사람들의 시대 <2>함께 쓰는 공간의 DIT

미래부가 중심돼 만든 무한상상실
전국 과학관ㆍ도서관 등에 50여곳
민간 메이커 파크ㆍ팹랩서울 등도
창업ㆍ취미 목표로 발길 이어져
기존 DIY와 달리 기술ㆍ지식 공유
뜨개질ㆍ목공 등 전통 기법도 활용
정부 주도 운영 중인 한국과 달리
美선 풀뿌리 문화 운동으로 확산


“집 가까운 곳에 이런 공간이 생겨서 좋죠. 전에는 구파발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과천과학관의 무한상상실을 다녔거든요. 디지털 장비를 쓰면 숙련된 장인이 아니어도 완성도 있는 물건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어요. 전통가구 만드는 소목을 배워본 적이 있는데, 톱질 한 번 하는 것도 어렵더라구요. 디지털 장비를 사용하면서 자신감이 생겼죠. CNC 가공업체에 시제품 제작을 맡길 때 드는 비용도 줄일 수 있고요.”

서울 불광동의 서울혁신파크 안에 생긴 메이커 파크가 문을 연 6월 30일, 오프닝 행사에서 만난 업사이클링 작가 남지현(41)씨의 말이다. 웹디자이너로 일하던 그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해외봉사를 다녀온 뒤 재취업 대신 버려지는 자투리 목재로 가구를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만날 컴퓨터 모니터라는 가상공간만 들여다보다 보니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지더군요. 공익적인 일을 하고 싶어서 업사이클링을 배웠죠. 회사 다닐 때는 주말이면 잠만 자고 소진되는 느낌이었는데, 손으로 직접 만들기를 하면서부터 활기가 생겼어요. 숨어 있던 뇌를 쓰는 기분이랄까, 잠자고 있던 창조성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에요. ”


용산전자상가 안에 문을 연 서울시디지털대장간의 장비 사용 교육. 플라즈마 커터로 철판을 자르는 중이다.


메이커 파크는 가장 최근에 생긴 메이커 스페이스다. 남씨가 다녔던 무한상상실은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정부 여러 부처가 참여해 만든 공간으로 전국의 과학관, 도서관, 주민센터 등에 50여 곳이 있다. 2013년 8월 국립과천과학관에 생긴 무한상상실이 1호다. 민간에서 설립하고 운영하는 메이커 스페이스도 많다.

메이커 스페이스는 만들어주는 곳이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곳이다. 수천 만원짜리 장비도 장비사용법과 안전교육을 받으면 맘껏 쓸 수 있다. 사용법은 어렵지 않지만,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린다. 3D프린터만 해도 원하는 형태를 제대로 뽑아내려면 수십 번 출력해봐야 한다. 모델링 파일을 설계하려면 소프트웨어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모델링을 할 줄 모른다면 모델링 파일이 모여 있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원하는 디자인을 내려받아 써도 된다. 만드는 방법과 기술은 인터넷에 널려 있고 무료 콘텐츠도 수두룩하다.

메이커 파크 바로 앞에서 사진관을 한다는 동네 주민은 사진을 입체로 출력하는 방법을 배우려고 이곳을 찾았다. “일본에서는 애견이 죽으면 3D프린터를 써서 실제와 똑같은 조각을 만드는 게 유행이라던데, 배우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니 저도 한 번 해보려고요.”


서울 불광동의 메이커 파크가 문을 연 6월 30일, 오프닝 행사에 온 사람들이 나만의 간판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다.


메이커 스페이스에서는 장비 사용법 뿐아니라 관련 소프트웨어, 구체적인 만들기 프로젝트 교육도 진행한다. 전국의 메이커 스페이스 정보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이 만든 메이커운동 사이트 메이크올(makeall.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디에 무엇이 있고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지 알 수 있다. 무한상상실 정보만 따로 모은 아이디어올(ideaall.net)도 있다.

2013년 서울 세운상가에 문을 연 팹랩서울은 한국인 최초 우주인 후보였던 고산씨가 설립한 타이드 인스티튜트 부설 기관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애용하는 공간 중 하나다. 전자부품과 각종 공구가 가득한 공간 한쪽에서는 CNC 기계가 굉음을 내며 합판을 자르고, 3D프린터는 다양한 입체물을 뽑아낸다. 장맛비가 쏟아진 5일 오후 여기서 만난 패션 디자이너는 레이저커터로 가죽 가방용 패턴을 자르느라 바빴다. 그에게 레이저커터는 혼자서 일일이 손으로 자르는 수고를 덜어주는 기계다. 팹랩서울은 청소년 대상 교육 프로그램인 팹틴, 장비를 싣고 찾아가는 팹트럭을 운영하고, 만들기 대회인 무박2일 메이커톤(메이크+마라톤)도 연다. 회비를 내고 이용하는 회원 중에는 오밤중이나 꼭두새벽에 와서 작업하는 사람도 매일 5~10명쯤 된다. 창업을 하려고 시제품을 개발하는 사람, 취미로 로봇이나 드론을 만드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든다. 팹랩서울은 광주와 대전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수원에 있는 경기도중소기업청의 셀프제작소, 판교의 ICT 디바이스 랩도 운영한다. 모두 메이커 스페이스다.

서울시 디지털 대장간은 메이커 파크보다 한 달 앞서 5월 31일 서울 용산전자상가 안에 문을 열었다. 나진상가 15동 지하에 자리잡았다. 서울시가 만들었고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엔피프틴(N15)이 위탁 운영한다. 철판을 자르는 플라즈마 커터, 용접기 등 중장비를 비롯해 CNC, 레이저커터, 비닐커터, 펀칭기, 전기톱, 연마기, 재봉틀 등 다양한 장비를 갖추고 있다. 생긴 지 얼마 안 돼서 이용자는 하루 10~20명 정도. 레이저커터로 천을 자르고 재봉틀로 박아서 강아지 옷을 만들고, 아크릴 판을 잘라 개미집을 만든 사람도 있다. 운영 초기라 지금은 장비 사용법 중심의 기본 교육을 하고 있다. 10월쯤 심화교육을 시작할 예정이다. 예컨대 용접을 해서 자전거를 만든다면, 그 분야 장인을 초청해서 함께 만드는 식으로 더 구체적인 교육을 할 계획이다.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필요한 기술과 시장 진입을 도와주는 전문가 컨설팅도 한다.


메이커 스페이스에는 3D프린터 같은 디지털 제작장비만 있는 게 아니다. 드릴, 망치 등 공구는 기본이다.


무엇이든 직접 만들고 만드는 경험과 결과를 공유하는 메이커운동에서 메이커 스페이스는 중요한 물리적 공간이다. 단순히 장비와 도구를 갖추는 데 그치지 않고 자주 들락거리며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이 기술과 지식을 나누고 함께 만든다는 점에서, 메이커 운동은 집에서 혼자 만드는 기존의 DIY와 달리 ‘함께’를 강조하는 ‘DIT(Do it Together)’다. 디지털 장비와 기술을 적극 활용하지만 요리부터 바느질이나 뜨개질, 목공 등 수공예도 망라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재미다. 즐거워서 이것저것 만들다가 더러 창업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메이커 스페이스와 메이커들의 공동체를 통해 만들어지고 퍼진다.

한국의 메이커 스페이스는 창조경제를 앞세운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부 주도로 확산되고 있다. 반면 메이커 운동이 활발한 미국에서는 차고에서 간단한 물건을 수리하고 만들기도 하는 문화에서 자라난, 자율성에 기반한 풀뿌리 기술문화 운동이다.

과천과학관 무한상상실의 운영 책임자인 유만선 연구관은 “정부가 앞장서서 메이커 스페이스를 만든 건 잘한 일이지만, 운영은 민간에 맡기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한다. 이용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뒷받침하려면 유연하고 민첩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디지털 장비든 수공구든 도구는 도구일 뿐”이라며 “충분히 갖고 놀면서 재미있게 만드는 경험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메이커들은 별 걸 다 만든다. 남 보기엔 쓸모 없어 보이는 것도 재미로 만든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기쁨과 만족을 얻는다.

메이커 파크의 매니저 전다은씨는 “메이커운동은 창업을 하려는 20~30대 청년들만의 문화가 아니라 누구나 자유롭게 즐기며 나누는 문화”라고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창조경제 정책이 창업형 메이커를 집중 지원하면서 하이테크 디지털 기술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5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메이커페어에 다녀온 전씨는 “행사장이 문 열기 1시간 전부터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꼬마들까지 줄을 서는 등 남녀노소 다같이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기술형 제작뿐 아니라 왜 만들었는지 어리둥절한 물건, 알파벳을 조합해 시를 짓는 것까지 온갖 자유로운 표현과 메이킹이 벌어지더군요. 어른은 출입 금지인 어린이 전용 메이커 스페이스를 갖춘 도서관도 봤어요. 간섭 받지 않고 맘껏 만들면서 놀라는 거죠.”

반면 국내 메이커페어에 만든 것을 갖고 나가면 어디에 쓰는 물건이냐, 만들기는 어디서 배웠느냐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며 획일적 교육과 삶을 즐길 여유가 없는 한국 사회가 만드는 즐거움을 가로막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냥 재미있어서 만들었다고 하면 시간이 많은가보네, 쓸데 없는 것을 다 만들고, 그래요. 혼자 인터넷 뒤지고 유튜브 동영상 보면서 독학했다고 하면, 배워야만 할 수 있지 않느냐 하고요. 학교에 가서 메이커 교육을 한 뒤 이제 만들어보자고 하면 학생들이 무엇을 만들어야 하냐고 물어요.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보라고 하면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그럴 때마다 참 슬프죠. 이런 사회에서 메이커가 되라고 하는 건 희망고문일 수도 있겠다 싶네요.”

한국의 메이커운동은 이제 겨우 시작 단계다. 제대로 자리잡으려면 교육이 바뀌고 사회가 바뀔 필요가 있다. 메이커 스페이스는 이를 위한 전진기지가 될 수 있을까. 글ㆍ사진=오미환 선임기자 mhoh@hankookilbo.com


원문 보기 :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607070477299183

[서울형 도시재생 세운상가의 반격] 1인 청년 기업·수십년 제조업 장인 공존 세운상가로 – 서울Pn

3D프린터 등 무료로 쓸 수 있는 ‘팹랩 서울’ 만들어 창업자들 도와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 마련된 팹랩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청년 창업자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브랜드 디자인과 증강현실(AR) 관련 1인 기업 ‘모인랩’을 운영하는 오주선(32)씨는 지난해 9월 세운상가에 터를 잡았다. 오씨는 “1인 기업이지만 혼자 할 수 없는 일은 다른 창업자들과 함께 하고 있다”면서 “큰 비용이 드는 3D프린터나 레이저 커터 등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팹랩(작업공간)이 세운상가에 자리잡으면서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1980년대 전자제품 제조와 유통의 메카로 불렸던 세운상가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인터넷 쇼핑 등으로 ‘늙은 산업’의 대명사가 됐다. 하지만 올해 초 서울시가 ‘다시 세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양병현 시 역사도심재생과장은 13일 “세운상가군의 보행축 개선 등 하드웨어를 바꾸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속을 바꾸는 것”이라면서 “현재 세운상가는 수십년 노하우를 가진 장인들과 새로운 창업자들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내과 치료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일 찾은 세운상가 5층 ‘팹랩 서울’은 저녁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매주 목요일은 오후 9시까지 운영을 한다”면서 “현재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은 물론 직장과 대학생 등도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의 창업자들은 이곳에서 3D프린터·레이저커팅기·CNC조각기 등을 이용해 자신이 디자인한 물건을 실제로 만들고 유통까지 할 수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4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이라고 지목한 창의제조업의 중심인 메이커 운동이 세운상가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진희선 도시재생본부장은 “3D프린터 등 첨단 제조기기와 인터넷 등 IT를 기반으로 누구나 상품을 만들고 유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면서 “침체한 서울의 제조업을 살리고, 활기를 불어넣는 데 세운상가가 전진기지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첨단산업을 위한 작업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이창구 다시세운사업팀장은 “현재 세운상가에는 수십년 동안 전자기기를 만지고 고쳐 온 장인들이 있다”면서 “이들이 창의제조업과 결합하는 길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는 자생적 주민 조직인 다시세운시민협의회를 만들어 주민 주도로 지역활성화가 이뤄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각 분야 기술장인들로 구성된 수리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한다. 또 기술장인과 과학기술 전문가 등이 멘토로 참여하는 과학기술 전문 청년 대안학교(21C 연금술사) 등 다양한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시 관계자는 “다시 세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세운상가의 유동인구는 현재 하루 평균 2300여명에서 1만 3000명으로 5배 증가하고 상가 매출이 30%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 사진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원문 보기 : http://go.seoul.co.kr/news/newsView.php?id=20160614017004

 

 

3D프린터·밀링머신…제조업 혁신기지 된 용산·세운상가 – 중앙일보

용산 디지털 대장간, 세운 팹랩서울
무료 시제품 제작소 잇따라 열어
부품 구하기 쉬워 제품 개발에 유리
전자상가 침체 대안으로도 주목

 

기사 이미지
용산전자상가의 ‘디지털 대장간’에서 청년 교육 담당 직원들이 장비를 가동해 보고 있다. 이 곳에는 30여 종의 시제품 제작용 설비가 있다. [뉴시스]

 

“이것은 레고 블록들을 분류하는 기계입니다. 섞여있는 블록을 접시에 쏟아놓으면 블록의 색깔과 모양, 무게를 인식한 후 분류해서 내보내죠. 어린이집 등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어요.”

지난 9일 서울 용산전자상가 내 ‘서울 디지털 대장간’. 이 시설의 위탁운영을 맡은 청년 벤처기업 ‘N15’의 엔지니어 이세윤(28)씨가 입체(3D)프린터로 만든 레고 분류기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오는 31일 문을 여는 이곳은 시제품 제작소다. 원래 게임팩과 콤팩트디스크(CD) 등을 파는 두세 평짜리 상가들이 있던 416㎡ 공간이 3D프린터와 레이저 절단기, 밀링머신 등의 기계로 가득 찬 곳이 됐다.

디지털 대장간은 서울시와 ‘N15’가 협력해 만들었다. 생활용품과 로봇 등 개인이 자유롭게 창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작은 제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다. 장비 30여 종을 구입하는 비용과 연 2억원 정도의 운영비를 서울시에서 지원한다. 누구나 미리 신청하면 이 장비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씨는 “여기에 있는 장비들로 어지간한 물건은 다 만들 수 있다. 큰 비용 없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물로 구현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자제품 왕국으로 불리던 서울의 전자상가들이 작은 제조업 기지로 하나둘씩 변하고 있다.

 

기사 이미지

 

지난 1월 서울시는 “낙후된 종로구 세운상가를 ‘제조업 혁신지’로 만들겠다”며 ‘다시 세운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여기에도 시제품을 개발하고 싶은 사람들이 각종 장비를 이용할 수 있는 ‘세운리빙랩’ 조성이 주요 사업으로 포함됐다.

세운상가에는 시에서 나서기 전부터 ‘팹랩서울’과 같은 시제품 제작소가 속속 들어서기도 했다. 지난 9일 팹랩서울에서는 특허 2개를 등록하고 창업을 준비 중인 강현철(53)씨가 3D프린터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는 “내 제품에 필요한 부품을 공장에서 제작하려니 개당 수백만원을 달라고 했다. 3D프린터로 내가 원하는 부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자상가가 제조업 기지로 각광받는 것은 부품을 구하기 쉽고 곳곳에 협력할 수 있는 기술자가 포진해 있다는 점 때문이다. 유연식 서울시 일자리노동국장은 “다종다양한 공구와 전자 부품을 판매하고, 수십 년 같은 물건을 취급한 장인이 많은 전자상가는 창작자들이 제품을 개발하는 데 최적의 장소다”고 말했다. 그는 “세운상가 일대 산업체 숫자가 지난 10년간 20% 줄어들었을 만큼 전자상가의 침체가 심각하다. 시제품 제작소 같은 공간이 많이 조성돼 유동인구가 늘어나면 전자상가가 다시 활력을 얻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전자상가=서울의 전자상가 역사는 1968년의 세운상가 준공으로 시작됐다. 서울 최초의 종합 가전제품 상가였던 세운상가는 “탱크나 로켓도 만들 수 있는 곳”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1987년에 세워진 용산전자상가가 인기를 얻자 침체하기 시작했다. 컴퓨터가 주력 제품이었다. 상인들도 대거 용산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용산전자상가 역시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쇠퇴했다. 인터넷 쇼핑 활성화 탓이었다. 1998년에 문을 연 강변 테크노마트의 전자제품 상점들도 속속 다른 업종의 가게로 바뀌고 있다. 빈 상점들이 늘어나는 이 곳에서도 ‘재생’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원문 보기 : https://news.joins.com/article/20074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