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터·밀링머신…제조업 혁신기지 된 용산·세운상가 – 중앙일보

용산 디지털 대장간, 세운 팹랩서울
무료 시제품 제작소 잇따라 열어
부품 구하기 쉬워 제품 개발에 유리
전자상가 침체 대안으로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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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전자상가의 ‘디지털 대장간’에서 청년 교육 담당 직원들이 장비를 가동해 보고 있다. 이 곳에는 30여 종의 시제품 제작용 설비가 있다. [뉴시스]

 

“이것은 레고 블록들을 분류하는 기계입니다. 섞여있는 블록을 접시에 쏟아놓으면 블록의 색깔과 모양, 무게를 인식한 후 분류해서 내보내죠. 어린이집 등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어요.”

지난 9일 서울 용산전자상가 내 ‘서울 디지털 대장간’. 이 시설의 위탁운영을 맡은 청년 벤처기업 ‘N15’의 엔지니어 이세윤(28)씨가 입체(3D)프린터로 만든 레고 분류기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오는 31일 문을 여는 이곳은 시제품 제작소다. 원래 게임팩과 콤팩트디스크(CD) 등을 파는 두세 평짜리 상가들이 있던 416㎡ 공간이 3D프린터와 레이저 절단기, 밀링머신 등의 기계로 가득 찬 곳이 됐다.

디지털 대장간은 서울시와 ‘N15’가 협력해 만들었다. 생활용품과 로봇 등 개인이 자유롭게 창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작은 제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다. 장비 30여 종을 구입하는 비용과 연 2억원 정도의 운영비를 서울시에서 지원한다. 누구나 미리 신청하면 이 장비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씨는 “여기에 있는 장비들로 어지간한 물건은 다 만들 수 있다. 큰 비용 없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물로 구현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자제품 왕국으로 불리던 서울의 전자상가들이 작은 제조업 기지로 하나둘씩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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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서울시는 “낙후된 종로구 세운상가를 ‘제조업 혁신지’로 만들겠다”며 ‘다시 세운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여기에도 시제품을 개발하고 싶은 사람들이 각종 장비를 이용할 수 있는 ‘세운리빙랩’ 조성이 주요 사업으로 포함됐다.

세운상가에는 시에서 나서기 전부터 ‘팹랩서울’과 같은 시제품 제작소가 속속 들어서기도 했다. 지난 9일 팹랩서울에서는 특허 2개를 등록하고 창업을 준비 중인 강현철(53)씨가 3D프린터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는 “내 제품에 필요한 부품을 공장에서 제작하려니 개당 수백만원을 달라고 했다. 3D프린터로 내가 원하는 부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자상가가 제조업 기지로 각광받는 것은 부품을 구하기 쉽고 곳곳에 협력할 수 있는 기술자가 포진해 있다는 점 때문이다. 유연식 서울시 일자리노동국장은 “다종다양한 공구와 전자 부품을 판매하고, 수십 년 같은 물건을 취급한 장인이 많은 전자상가는 창작자들이 제품을 개발하는 데 최적의 장소다”고 말했다. 그는 “세운상가 일대 산업체 숫자가 지난 10년간 20% 줄어들었을 만큼 전자상가의 침체가 심각하다. 시제품 제작소 같은 공간이 많이 조성돼 유동인구가 늘어나면 전자상가가 다시 활력을 얻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전자상가=서울의 전자상가 역사는 1968년의 세운상가 준공으로 시작됐다. 서울 최초의 종합 가전제품 상가였던 세운상가는 “탱크나 로켓도 만들 수 있는 곳”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1987년에 세워진 용산전자상가가 인기를 얻자 침체하기 시작했다. 컴퓨터가 주력 제품이었다. 상인들도 대거 용산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용산전자상가 역시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쇠퇴했다. 인터넷 쇼핑 활성화 탓이었다. 1998년에 문을 연 강변 테크노마트의 전자제품 상점들도 속속 다른 업종의 가게로 바뀌고 있다. 빈 상점들이 늘어나는 이 곳에서도 ‘재생’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원문 보기 : https://news.joins.com/article/20074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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