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창업, 꾸준히 지켜보다 도전할 땐 과감히” – 국제신문

우주인 후보였던 고산 씨 부산대서 창업 강연

 

– 2008년 우주인 선발 탈락 뒤
– 美 제조업 벤처 열풍 눈 돌려
– 3D프린터 공유경제 사업 중
– “작아도 무모한 도전 즐겨라”

 

“달을 겨냥해 쏘세요. 비록 달을 못 맞출지라도 수많은 별 중 하나는 맞추겠죠(Shoot for the moon. Even if you miss it, You will land among the star).”

 

3일 부산대 본관 3층 대회의실에서 고산 (주)에이팀벤처스 대표가 창업스쿨 학생들에게 자신의 도전 경험을 전하고 있다. 임경호 프리랜서 limkh627@kookje.co.kr

 

3일 오후 부산대학교 본관 3층 대회의실에서는 이 학교 동남권 기계기반 융합부품소재 창의인재양성 사업단 창업스쿨 학생들을 대상으로 고산(41) (주)에이팀벤처스 대표를 초청한 창업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고 대표는 (주)에이팀벤처스 경연진과 함께 ‘달을 향해 쏴라’를 주제로 우주인 도전부터 창업까지 이어진 경험담을 전했다. 그는 2006년 3만6000여 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에서 우주인 후보 선발 과정을 경험했다. 우주인 선발에서 2008년 탈락한 이후 그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 진학했지만, 2010년 미국에 불어 닥친 제조업 기반의 벤처 열풍에 눈을 돌리게 된다. 고 대표는 “우주인 도전 기간에 사회로부터 받은 것을 환원하겠다고 마음먹고 공공 정책 분야 전문가가 되려 했다”면서 “미국 실리콘밸리의 민간 창업학교 방문을 계기로 새로운 것을 만드는 벤처기업의 육성에 매력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가 3차원(3D) 프린터 제조 판매 회사인 (주)에이팀벤처스와 청년창업 지원센터인 ㈔타이드인스티튜트를 설립해 운영하게 된 계기다.

“관심 있는 일을 계속 지켜보다가 작은 기회라도 보이면 과감하게 도전하라.” 이는 고 대표가 우주인 선발 참여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다소 무모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던 도전을 이어간 원동력이다. 그는 “창업을 하려면 세상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관심 분야의 정보를 꾸준히 지켜보면 어떤 흐름이 보인다”며 “이런 부분이 이어져야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미래 예측의 힘이 생긴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창업의 매력은 자신의 비전을 사회에 투영하는 것”이라며 “미래를 내다보고 시장을 창조해낼 수 있는 영역을 선도적으로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고 대표가 유망 분야로 보고 추진한 사업은 3D 프린터 공유 플랫폼인 ‘셰이프엔진’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주)에이팀벤처스의 김진범 최고기술경영자가 “택시 공유 서비스인 ‘우버’처럼 3D 프린터를 가진 이가 자신의 장비를 셰이프엔진에 등록하면 다른 이가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프린터 소유자는 장비 대여로 돈을 벌고 다른 이들은 손쉽게 3D 상품을 만드는 공유 경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홍준 (주)에이팀벤처스 기획총괄관리자의 ‘구성원이 바라본 스타트업과 스타트업이 바라는 구성원’에 관한 강의를 마지막으로 3시간가량의 세미나는 끝이 났다. 세미나에 참여한 한 창업스쿨 학생은 “오픈소스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한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 이야기가 솔깃했다. 나도 (메이커가 돼)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그 과정과 노하우를 확산하는 공유경제에서 창업의 실마리를 찾아볼 계획”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날 사업단과 (주)에이팀벤처스는 3D 프린터 기반 창업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업단의 고종수 부단장은 “국가로부터 받은 지원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벤처 기업을 시작한 국내 최초 우주인 후보의 이야기가 미래 벤처인에게 흥미로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

 

원문 보기 :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2100&key=20170204.22018194136

우주인 고산 씨, 부산대서 창업 세미나 – U’s Line

[U’s Line 오소혜 기자] “달을 향해 꿈을 쏜 우주인 도전자의 CEO 창업 변신기”

부산대학교는 오는 3일 부산대 CK-I 사업단인 「동남권 기계기반 융합부품소재 창의인재양성 사업단」이 ‘한국 최초의 우주인’에 선발됐던 (주)에이팀벤처스/(사)타이드 인스티튜트의 고산 대표를 초청, 부산대 본관 3층 대회의실에서 오후 3시 30분부터 약 3시간에 걸쳐 창업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지난 1일 밝혔다.

고 대표는 지난 2006년 3만6000여 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한국인으로는 처음 우주인 후보에 뽑혀 러시아 가가린우주인훈련센터(GCTC)에서 실전 훈련을 받은 바 있다.

 

 

현재 그는 과학기술 기반의 창업지원 플랫폼인 비영리기관 ‘(사)타이드 인스티튜트’의 대표이면서, 직접 3차원(3D) 프린터 생산업체인 ‘(주)에이팀벤처스’를 창업하기도 했다. 

청년창업을 지원하는 비영리기관의 운영자인 고 대표는 이번에 부산대 CK사업단이 진행하는 창업스쿨에 초청돼 세미나에서 자신의 창업과 도전에 대한 경험을 들려줄 계획이다. 이번 초청 세미나에서는 국내 3D 프린터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고 대표를 비롯해 김진범 CTO(최고기술경영자), 민홍준 Creative Director(기획총괄관리자)의 도전과 창업에 대한 강연도 함께 진행된다.

고 대표는 한국 최초의 우주인 도전부터 3D 프린터 업체 창업까지 이어진 자신의 경험을 ‘Shoot for the Moon!(달을 향해 쏴라!)’이라는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김진범 CTO는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는 ‘메이커 운동’*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오픈소스 하드웨어’에 관한 내용을, 또 민홍준 Creative Director는 ‘구성원이 바라본 스타트업과 스타트업이 바라는 구성원’이라는 제목으로 각각 강연할 예정이다.

*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 아이디어를 자신의 힘으로 직접 구현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프로세스와 노하우를 공유·확산시켜 나가는 메이커들의 문화

고종수 부산대CK사업단 부단장(기계공학부 교수)은 “빡빡한 일정으로 외부 강연이 매우 힘든 상황임에도 부산의 젊은 창업인재들을 위해 흔쾌히 시간을 내준 고산 대표에게 감사하다”며 “이번 세미나는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후보가 국가로부터 받은 지원을 다시 우리 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작한 비영리기관·벤처 사업가로서의 왕성한 활동, 그간의 경험 등을 미래를 꿈꾸는 우리 청년들에게 들려주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날 세미나와 함께, 부산대 CK사업단과 (주)에이팀벤처스는 3D 프린터를 기반으로 하는 ‘메이커 운동’의 지속적인 발전과 학생 창업지원을 위한 기본업무협약(MOU)도 체결할 계획이다.

오소혜 기자  sohye@usline.kr

 

원문 보기 : http://www.usline.kr/news/articleView.html?idxno=8931

아이디어만 있으면 ‘팹랩’서 시제품 뚝딱 – 조선일보

3D 프린터 등 고가 장비 갖춰 무료·회원제로 저렴하게 제공
스타트업·창업자들에 유용

처음 기업을 시작하는 창업자들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시제품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제품을 만들기 위해 금형을 제작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또 아이디어를 실물로 만들어 시험해보고 싶어도 고가(高價)의 각종 제작 장비를 갖추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팹랩’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팹랩은 ‘제작(fabrication)’과 ‘실험실(laboratory)’의 합성어로, 3D 프린터를 비롯한 각종 제작 장비를 갖춘 창작 지원 공간을 뜻한다. 무료이거나 싼 비용으로 장비를 사용할 수 있어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이나 창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 세운상가 ‘팹랩 서울’에서 시각장애인용 점자 스마트워치 개발 스타트업 ‘닷’의 조재윤씨가 3D 프린터로 만든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서울 세운상가 ‘팹랩 서울’에서 시각장애인용 점자 스마트워치 개발 스타트업 ‘닷’의 조재윤씨가 3D 프린터로 만든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태경 기자

경기도의 청년 창업 지원 기관인 북부경기문화창조허브는 지난해부터 경기 의정부시에 ‘멋랩’이라는 팹랩을 운영 중이다. 3D 프린터 3종류와 CNC(컴퓨터 수치 제어) 조각기, 각종 소형 공작 기계, 영상 편집기 등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전문 관리자가 상주해 기기 사용에 필요한 교육도 받을 수 있다.

서울 은평구의 ‘서울이노베이션팹랩’은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안에 있는 회원제 팹랩이다. 월 7만5000원을 내고 회원으로 가입하면 3D 프린터, 3D 스캐너 등을 사용할 수 있다.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아도 시간당 요금(장비에 따라 2000~5000원)을 내면 이용 가능하다. 영등포구도 참여형 과학 교육 시설인 ‘융합인재교육센터’에서 3D 프린터와 각종 공작 기계를 갖춘 팹랩을 운영 중이다.

‘팹랩 서울’은 서울 청계천로 세운상가에 있는 팹랩이다. 3D 프린터와 레이저 커터, CNC 조각기 등을 갖추고 있다. 다른 사용자와 장비 사용 시간이 겹치지 않도록 웹사이트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장비에 따라 시간당 요금을 3000~8000원 받는다. 세운상가에 밀집해 있는 전자 부품 상가, 관련 기술 장인들과 팹랩을 이용하는 예비 창업자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팹랩이 서울이나 수도권의 전유물은 아니다. 지난 3월에는 부산 부경대 용당캠퍼스 내 부산창업지원센터에 ‘팹랩 부산’이 문을 열었다. 단순한 장비 제공에 그치지 않고 창작 관련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원문보기: http://news.chosun.com/misaeng/site/data/html_dir/2016/12/23/2016122300034.html

마포석유비축기지, 주민주도 혁신적 모델 제시 – 한국건설신문

서울시 등 5개 전략기관, 세운상가 창의제조산업 활성화 협업


▲ 舊마포 석유비축기지 재생 및 공원화 사업 조감도 ⓒ서울시.


서울시가 지난 1월, 낙후ㆍ침체된 세운상가 일대를 창의제조산업 혁신지로 재도약시키기 위해 발표한 ‘다시ㆍ세운 프로젝트’와 관련, 인근 대학, 기업 등 5개 전략기관이 손잡고 각 기관이 가진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서울시(행정지원)는 서울시립대(’17.2 개관예정 ‘시티캠퍼스’ 운영), 사회적경제지원센터(기술기반 혁신 비즈니스 활성화, 기 입주), (사)씨즈(’17년 2월 입주예정 제조기술 기반 청년창업가 육성기업), (사)타이드인스티튜트(선도기술기반형 창업문화 확산) 등 5개 기관 간 ‘세운상가 일대 창의제조산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10일 체결했다.

이날 박 시장은 舊마포 석유비축기지(마포구 성산동 산53-1 일대) 재생 및 공원화 사업 현장을 방문했다. 과거에 석유를 저장하던 용도에서 공연장, 학습공간, 전시관 등으로 공사가 진행 중인 6개의 석유 탱크와 주차장 부지, 산책로 조성 현장을 둘러보며 공사 추진현황을 점검했다.

또한, 기본설계 과정부터 참여해 시민참여 중심의 기획ㆍ운영 방안을 마련해온 ‘워킹그룹’의 임정희 연세대 교수,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 등 7명 전문가와 향후 공원 운영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공사관계자들의 현장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2014년 8월 국제 현상설계 당선작이 선정된 이후 워킹그룹은 기본설계 과정에서 관 주도 방식을 탈피, 실제 기획ㆍ연출ㆍ운영분야를 주도해온 주체로서 그동안 34차 회의를 거쳐 총 43가지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러한 노력들은 앞으로 운영비를 최소화하는 효율적인 공원 운영모델과 같은 자립형, 시민참여형 방식의 프로그램들이 추진되는 기반이 될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舊마포 석유비축기지는 1974년 제1차 석유파동 후 비상시를 대비해 1976년 건설한 개발시대의 산업유산이다. 지난 40년간 시민 접근이 철저히 통제돼 왔던 공간을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 복합 생태ㆍ환경ㆍ문화공간으로 부활시키는 작업이 내년 5월 개장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또, 임시주차장이 공원화 사업 지역으로 포함되기까지 주민과 관련부서, 주차장 이용자(트럭, 관광버스) 간 있었던 첨예한 갈등을 대화로 해결하는 등 이해관계자 간 갈등 조정과 합리적 대안 도출의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편 서울시는 ‘다시ㆍ세운 프로젝트’가 허물고 다시 짓는 철거가 아닌, 보존을 기본으로 한 도시재생 프로젝트인 만큼, 중요 가치를 가지는 문화재 등에 대한 진정성 있는 보존을 위해 그 자리, 그 상태 그대로 복원하는 ‘현지보존 방식’으로 전시관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다시ㆍ세운 프로젝트’를 발표 이후 ▷청년층 유입을 위한 전략기관 유치 ▷기술 장인-메이커 협업 활성화 프로그램 ▷시민과 함께하는 공동체 재생사업 등을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내낸에는 세운상가군 활성화를 위해 공공공간을 조성하고, 메이커 문화 확산과 창의제조산업 분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메이커 축제’, 제조스타트업 창업 활성화 지원 등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기사제공_라펜트


원문 보기 : http://www.conslove.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184


[스타일] 미사일도 만든다던 세운상가, 이젠 문화공작소 – 중앙일보

쇠락해 가던 한국 첫 주상복합
젊은 크리에이터들 모여들며 활기
임대료 싸고 필요한 재료 모두 갖춰
“숨어 있는 기술장인도 많아 윈윈”
‘짝퉁가구 메카’라던 을지로도
디자이너·작가 창작공간으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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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상가는 최근 창작자들의 새로운 아지트가 되고 있다. 사진은 그곳에서 열렸던 크고 작은 전시들. ① 세운전자정원. [사진 서울문화재단]


낡은 건물, 후미진 골목, 불법 복제된 에로 비디오테이프…. 세운상가 하면 떠오르던 쇠락의 이미지는 잠시 잊어라. 지금 이곳에선 재미나고도 활력 넘치는 모종의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다. 바로 서울문화재단 주최로 5층 실내광장에서 30일까지 열리는 ‘2016 서울상상력발전소-세운상가 그리고 메이커스’ 행사다. 메이커스란 3D프린터·오픈소스 등이 대중화되면서 전문적인 제품을 스스로 만드는 사람들. 한때 ‘미사일과 탱크도 만든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명성 높던 세운상가 터줏대감 장인과 21세기 메이커들이 작업한 결과물을 내놨는데, 주말 행사에서는 이를 시민들이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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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세운상가 가열 324호 ‘빠빠빠 탐구소’ 정기 전시. [빠빠빠 탐구소]


전기·전자회로·레이저·로봇 제작 분야의 장인과 음악·조명·오락기·미디어아트 4팀이 협업한 물건들은 그야말로 독창적이다. 가령 백남준의 엔지니어였던 이정성(아트마스터) 장인과 미디어 아티스트 전유진이 협업한 ‘오디오 비주얼라이저’는 음악의 파장에 따라 투박한 아날로그 TV 화면이 바뀐다. 전자 분야 기술 장인 차광수(차산전력)·한영만(현성하이테크) 대표가 아티스트 유상준과 함께 만든 ‘DIY 악기 만들기’도 눈길을 끈다. 소리를 내는 인터페이스를 개성 있게 골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디지털 악기로 변신시킨다. 한마디로 내공 깊은 기술 장인과 창의적 발상이 넘치는 신세대 작가들이 뭉친 셈인데, 대체 왜 세운상가가 무대였을까.

세운상가는 기실 하나의 건물이 아니다. 종로에서 퇴계로까지 1.8㎞에 이르는 세운·신성·대림·삼풍 4개의 건물군, 8개 건물을 통칭하는 이름이다. 하지만 세운전자상가로 대표되며 세상 별의별 물건을 다 파는 전자제품의 메카로서 1970~80년대 전성기를 누렸다. 건축가 김수근의 설계로 68년에 준공한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건물이자 근대화의 상징이기도 했다.

하지만 80년대 들어서며 입지가 달라졌다. 을지로·종로 일대에 백화점이 들어서고 강남이 개발되면서 유동 인구는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나마 유지되던 전자상가도 용산전자상가라는 경쟁자가 나타나면서 자리를 내줬다. 결국 90년대에는 복제 CD나 영화·게임 등을 구할 수 있는, 도심의 낡은 흉물 취급을 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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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③ 30일까지 열리는 ‘2016 서울상상력발전소-세운상가 그리고 메이커스’ 조이스틱 체험부스. [다시세운 프로젝트 거버넌스]


이처럼 잊혀 가던 세운상가를 환기시킨 것은 다름 아닌 젊은 작가와 디자이너·건축가들이었다. 세운상가와 을지로 일대 작업실과 전시장을 무대로 활동하는 이들은 일련의 전시와 프로젝트를 선보이면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물론 ‘왜 세운상가냐’는 물음에는 저렴한 임대료와 살아 있는 스토리텔링을 매력 포인트로 꼽을 수 있다. 더불어 을지로와 청계천에 이르는 주변 환경 역시 한 이유가 된다. 다양한 제조기반의 실용적인 인프라와 작업에 필요한 재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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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팹랩서울’의 고산씨(왼쪽)와 그가 만든 3D프린터, ‘길종상가’의 박길종씨. [사진 디자인하우스]


2013년부터 세운상가 5층에 자리 잡은 ‘팹랩서울’ 역시 이러한 세운상가의 인프라에 주목했다. 우주인 예비후보로 유명했던 고산씨가 운영하는 이 작업실은 3D프린터를 갖춘 일종의 디지털 제작 공작소다. 그는 “예술가와 디자이너, 메이커 등처럼 하드웨어·기술이 부족한 스타트업 도전자들과 일이 별로 없는 기술 장인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조성해 서로에게 활력을 주면서 윈윈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서울시가 발표한 세운상가 재생사업 역시 이곳을 다시 한번 주목하게 만들었다. 2017년 9월 서울시 주최로 처음 열리는 국제적인 규모의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배형민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세운상가 같은 곳은 없다”며 “오래전부터 경공업과 인쇄 등 도심 제조업이라는 생산적인 기능을 꾸준히 해 왔기 때문에 슬럼화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한다. 도심 제조기반의 약화로 서서히 쇠퇴해 왔지만 젊은 크리에이터와 기존 기술 장인들이 서로 자극을 받고 교류한다면 새로운 도시 실험과 재생이 진행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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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길종상가 아티스트 3명이 꾸민 롯데 애비뉴엘 월드타워 에르메스 여름 쇼윈도. [에르메스]


‘세운상가의 재발견’은 이미 주변 을지로 골목으로 뻗쳐 있다. 대로변을 조금만 벗어나도 최근 작업실을 옮겼다는 디자이너와 작가들의 스튜디오를 만날 수 있다. 가구 디자이너 박길종(34)씨의 ‘길종상가’도 그중 하나다. 그의 이전 소식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다. 을지로 하면 떠오르는 불명예스러운 수식 중 하나가 ‘짝퉁 가구의 메카’라는 것인데 독창적인 가구와 다양한 오브젝트를 선보이는 것으로 이름난 그가 그 심장부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박씨는 “이사 전에도 목재와 금속 같은 재료를 구하기 위해 일주일에 3~4번씩 들렀던 곳”이라며 “재료 운송비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스튜디오를 옮겼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활력이 넘치는 을지로의 다양한 모습과 작업에 필요한 재료들을 자주 마주할 수 있는 환경도 영감을 준다”고 덧붙였다.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이면서 인쇄소를 겸하고 있는 ‘코우너스’도 을지로 인쇄골목으로 이사 온 지 1년이 지났다. 조효준(32) 대표는 인쇄 후가공업체 등이 5분 거리로 가깝고 재료를 구하기 쉬운 동대문과 방산시장 등에 빠르게 갈 수 있다는 것을 최대 장점으로 꼽는다. 최근에는 공동 작업실을 함께 쓸 파트너를 모집하는 광고를 종종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업실을 옮기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러나 건물 1~2층은 생각보다 임대료가 비싼 편이고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저렴하다는 게 그의 귀띔이다.

벌써 세운상가를 비롯해 을지로 일대를 두고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토지와 건물주의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해 쉽게 재개발이 일어나거나 핫스폿이 될거란 가능성은 낮다. 또 누군가는 생업을 위해 일하는 삶의 터전이라는 성격이 삼청동·이태원과도 차별된다.

배형민 교수는 “세운상가는 구도심 재생을 중심으로 부분적인 재개발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도심 제조기반이 매우 건강하게 형성돼 있는 곳이라 이 기능을 21세기형으로 바꾸기 위해서라면 약간의 젠트리피케이션은 오히려 익사이팅한 게임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인다. 재개발로 인해 순간적인 지가 상승이 나타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사회문화적 재생을 통해 활기를 되찾는 게 나아갈 방향이라는 이야기다.

현대화를 위한 질주 때문에 서울엔 남아 있는 근대 건축물이 드물다. 역사적인 스토리와 시대의 미감을 품은 오래된 건물을 동시대인들과 어울리는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아직도 살아 움직이는 현재진행형이자 과거와 오늘, 그리고 새로운 미래까지 도모하고 있는 세운상가는 그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전은경 월간 ‘디자인’ 편집장 dangdol@joongang.co.kr

원문 보기 : https://news.joins.com/article/20722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