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기업을 시작하는 창업자들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시제품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제품을 만들기 위해 금형을 제작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또 아이디어를 실물로 만들어 시험해보고 싶어도 고가(高價)의 각종 제작 장비를 갖추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팹랩’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팹랩은 ‘제작(fabrication)’과 ‘실험실(laboratory)’의 합성어로, 3D 프린터를 비롯한 각종 제작 장비를 갖춘 창작 지원 공간을 뜻한다. 무료이거나 싼 비용으로 장비를 사용할 수 있어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이나 창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 세운상가 ‘팹랩 서울’에서 시각장애인용 점자 스마트워치 개발 스타트업 ‘닷’의 조재윤씨가 3D 프린터로 만든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태경 기자
경기도의 청년 창업 지원 기관인 북부경기문화창조허브는 지난해부터 경기 의정부시에 ‘멋랩’이라는 팹랩을 운영 중이다. 3D 프린터 3종류와 CNC(컴퓨터 수치 제어) 조각기, 각종 소형 공작 기계, 영상 편집기 등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전문 관리자가 상주해 기기 사용에 필요한 교육도 받을 수 있다.
서울 은평구의 ‘서울이노베이션팹랩’은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안에 있는 회원제 팹랩이다. 월 7만5000원을 내고 회원으로 가입하면 3D 프린터, 3D 스캐너 등을 사용할 수 있다.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아도 시간당 요금(장비에 따라 2000~5000원)을 내면 이용 가능하다. 영등포구도 참여형 과학 교육 시설인 ‘융합인재교육센터’에서 3D 프린터와 각종 공작 기계를 갖춘 팹랩을 운영 중이다.
‘팹랩 서울’은 서울 청계천로 세운상가에 있는 팹랩이다. 3D 프린터와 레이저 커터, CNC 조각기 등을 갖추고 있다. 다른 사용자와 장비 사용 시간이 겹치지 않도록 웹사이트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장비에 따라 시간당 요금을 3000~8000원 받는다. 세운상가에 밀집해 있는 전자 부품 상가, 관련 기술 장인들과 팹랩을 이용하는 예비 창업자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팹랩이 서울이나 수도권의 전유물은 아니다. 지난 3월에는 부산 부경대 용당캠퍼스 내 부산창업지원센터에 ‘팹랩 부산’이 문을 열었다. 단순한 장비 제공에 그치지 않고 창작 관련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1월, 낙후ㆍ침체된 세운상가 일대를 창의제조산업 혁신지로 재도약시키기 위해 발표한 ‘다시ㆍ세운 프로젝트’와 관련, 인근 대학, 기업 등 5개 전략기관이 손잡고 각 기관이 가진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서울시(행정지원)는 서울시립대(’17.2 개관예정 ‘시티캠퍼스’ 운영), 사회적경제지원센터(기술기반 혁신 비즈니스 활성화, 기 입주), (사)씨즈(’17년 2월 입주예정 제조기술 기반 청년창업가 육성기업), (사)타이드인스티튜트(선도기술기반형 창업문화 확산) 등 5개 기관 간 ‘세운상가 일대 창의제조산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10일 체결했다.
이날 박 시장은 舊마포 석유비축기지(마포구 성산동 산53-1 일대) 재생 및 공원화 사업 현장을 방문했다. 과거에 석유를 저장하던 용도에서 공연장, 학습공간, 전시관 등으로 공사가 진행 중인 6개의 석유 탱크와 주차장 부지, 산책로 조성 현장을 둘러보며 공사 추진현황을 점검했다.
또한, 기본설계 과정부터 참여해 시민참여 중심의 기획ㆍ운영 방안을 마련해온 ‘워킹그룹’의 임정희 연세대 교수,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 등 7명 전문가와 향후 공원 운영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공사관계자들의 현장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2014년 8월 국제 현상설계 당선작이 선정된 이후 워킹그룹은 기본설계 과정에서 관 주도 방식을 탈피, 실제 기획ㆍ연출ㆍ운영분야를 주도해온 주체로서 그동안 34차 회의를 거쳐 총 43가지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러한 노력들은 앞으로 운영비를 최소화하는 효율적인 공원 운영모델과 같은 자립형, 시민참여형 방식의 프로그램들이 추진되는 기반이 될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舊마포 석유비축기지는 1974년 제1차 석유파동 후 비상시를 대비해 1976년 건설한 개발시대의 산업유산이다. 지난 40년간 시민 접근이 철저히 통제돼 왔던 공간을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 복합 생태ㆍ환경ㆍ문화공간으로 부활시키는 작업이 내년 5월 개장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또, 임시주차장이 공원화 사업 지역으로 포함되기까지 주민과 관련부서, 주차장 이용자(트럭, 관광버스) 간 있었던 첨예한 갈등을 대화로 해결하는 등 이해관계자 간 갈등 조정과 합리적 대안 도출의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편 서울시는 ‘다시ㆍ세운 프로젝트’가 허물고 다시 짓는 철거가 아닌, 보존을 기본으로 한 도시재생 프로젝트인 만큼, 중요 가치를 가지는 문화재 등에 대한 진정성 있는 보존을 위해 그 자리, 그 상태 그대로 복원하는 ‘현지보존 방식’으로 전시관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다시ㆍ세운 프로젝트’를 발표 이후 ▷청년층 유입을 위한 전략기관 유치 ▷기술 장인-메이커 협업 활성화 프로그램 ▷시민과 함께하는 공동체 재생사업 등을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내낸에는 세운상가군 활성화를 위해 공공공간을 조성하고, 메이커 문화 확산과 창의제조산업 분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메이커 축제’, 제조스타트업 창업 활성화 지원 등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쇠락해 가던 한국 첫 주상복합 젊은 크리에이터들 모여들며 활기 임대료 싸고 필요한 재료 모두 갖춰 “숨어 있는 기술장인도 많아 윈윈” ‘짝퉁가구 메카’라던 을지로도 디자이너·작가 창작공간으로 확대
세운상가는 최근 창작자들의 새로운 아지트가 되고 있다. 사진은 그곳에서 열렸던 크고 작은 전시들. ① 세운전자정원. [사진 서울문화재단]
낡은 건물, 후미진 골목, 불법 복제된 에로 비디오테이프…. 세운상가 하면 떠오르던 쇠락의 이미지는 잠시 잊어라. 지금 이곳에선 재미나고도 활력 넘치는 모종의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다. 바로 서울문화재단 주최로 5층 실내광장에서 30일까지 열리는 ‘2016 서울상상력발전소-세운상가 그리고 메이커스’ 행사다. 메이커스란 3D프린터·오픈소스 등이 대중화되면서 전문적인 제품을 스스로 만드는 사람들. 한때 ‘미사일과 탱크도 만든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명성 높던 세운상가 터줏대감 장인과 21세기 메이커들이 작업한 결과물을 내놨는데, 주말 행사에서는 이를 시민들이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다.
② 세운상가 가열 324호 ‘빠빠빠 탐구소’ 정기 전시. [빠빠빠 탐구소]
전기·전자회로·레이저·로봇 제작 분야의 장인과 음악·조명·오락기·미디어아트 4팀이 협업한 물건들은 그야말로 독창적이다. 가령 백남준의 엔지니어였던 이정성(아트마스터) 장인과 미디어 아티스트 전유진이 협업한 ‘오디오 비주얼라이저’는 음악의 파장에 따라 투박한 아날로그 TV 화면이 바뀐다. 전자 분야 기술 장인 차광수(차산전력)·한영만(현성하이테크) 대표가 아티스트 유상준과 함께 만든 ‘DIY 악기 만들기’도 눈길을 끈다. 소리를 내는 인터페이스를 개성 있게 골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디지털 악기로 변신시킨다. 한마디로 내공 깊은 기술 장인과 창의적 발상이 넘치는 신세대 작가들이 뭉친 셈인데, 대체 왜 세운상가가 무대였을까.
세운상가는 기실 하나의 건물이 아니다. 종로에서 퇴계로까지 1.8㎞에 이르는 세운·신성·대림·삼풍 4개의 건물군, 8개 건물을 통칭하는 이름이다. 하지만 세운전자상가로 대표되며 세상 별의별 물건을 다 파는 전자제품의 메카로서 1970~80년대 전성기를 누렸다. 건축가 김수근의 설계로 68년에 준공한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건물이자 근대화의 상징이기도 했다.
하지만 80년대 들어서며 입지가 달라졌다. 을지로·종로 일대에 백화점이 들어서고 강남이 개발되면서 유동 인구는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나마 유지되던 전자상가도 용산전자상가라는 경쟁자가 나타나면서 자리를 내줬다. 결국 90년대에는 복제 CD나 영화·게임 등을 구할 수 있는, 도심의 낡은 흉물 취급을 받아 왔다.
③ 30일까지 열리는 ‘2016 서울상상력발전소-세운상가 그리고 메이커스’ 조이스틱 체험부스. [다시세운 프로젝트 거버넌스]
이처럼 잊혀 가던 세운상가를 환기시킨 것은 다름 아닌 젊은 작가와 디자이너·건축가들이었다. 세운상가와 을지로 일대 작업실과 전시장을 무대로 활동하는 이들은 일련의 전시와 프로젝트를 선보이면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물론 ‘왜 세운상가냐’는 물음에는 저렴한 임대료와 살아 있는 스토리텔링을 매력 포인트로 꼽을 수 있다. 더불어 을지로와 청계천에 이르는 주변 환경 역시 한 이유가 된다. 다양한 제조기반의 실용적인 인프라와 작업에 필요한 재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팹랩서울’의 고산씨(왼쪽)와 그가 만든 3D프린터, ‘길종상가’의 박길종씨. [사진 디자인하우스]
2013년부터 세운상가 5층에 자리 잡은 ‘팹랩서울’ 역시 이러한 세운상가의 인프라에 주목했다. 우주인 예비후보로 유명했던 고산씨가 운영하는 이 작업실은 3D프린터를 갖춘 일종의 디지털 제작 공작소다. 그는 “예술가와 디자이너, 메이커 등처럼 하드웨어·기술이 부족한 스타트업 도전자들과 일이 별로 없는 기술 장인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조성해 서로에게 활력을 주면서 윈윈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서울시가 발표한 세운상가 재생사업 역시 이곳을 다시 한번 주목하게 만들었다. 2017년 9월 서울시 주최로 처음 열리는 국제적인 규모의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배형민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세운상가 같은 곳은 없다”며 “오래전부터 경공업과 인쇄 등 도심 제조업이라는 생산적인 기능을 꾸준히 해 왔기 때문에 슬럼화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한다. 도심 제조기반의 약화로 서서히 쇠퇴해 왔지만 젊은 크리에이터와 기존 기술 장인들이 서로 자극을 받고 교류한다면 새로운 도시 실험과 재생이 진행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④ 길종상가 아티스트 3명이 꾸민 롯데 애비뉴엘 월드타워 에르메스 여름 쇼윈도. [에르메스]
‘세운상가의 재발견’은 이미 주변 을지로 골목으로 뻗쳐 있다. 대로변을 조금만 벗어나도 최근 작업실을 옮겼다는 디자이너와 작가들의 스튜디오를 만날 수 있다. 가구 디자이너 박길종(34)씨의 ‘길종상가’도 그중 하나다. 그의 이전 소식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다. 을지로 하면 떠오르는 불명예스러운 수식 중 하나가 ‘짝퉁 가구의 메카’라는 것인데 독창적인 가구와 다양한 오브젝트를 선보이는 것으로 이름난 그가 그 심장부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박씨는 “이사 전에도 목재와 금속 같은 재료를 구하기 위해 일주일에 3~4번씩 들렀던 곳”이라며 “재료 운송비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스튜디오를 옮겼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활력이 넘치는 을지로의 다양한 모습과 작업에 필요한 재료들을 자주 마주할 수 있는 환경도 영감을 준다”고 덧붙였다.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이면서 인쇄소를 겸하고 있는 ‘코우너스’도 을지로 인쇄골목으로 이사 온 지 1년이 지났다. 조효준(32) 대표는 인쇄 후가공업체 등이 5분 거리로 가깝고 재료를 구하기 쉬운 동대문과 방산시장 등에 빠르게 갈 수 있다는 것을 최대 장점으로 꼽는다. 최근에는 공동 작업실을 함께 쓸 파트너를 모집하는 광고를 종종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업실을 옮기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러나 건물 1~2층은 생각보다 임대료가 비싼 편이고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저렴하다는 게 그의 귀띔이다.
벌써 세운상가를 비롯해 을지로 일대를 두고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토지와 건물주의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해 쉽게 재개발이 일어나거나 핫스폿이 될거란 가능성은 낮다. 또 누군가는 생업을 위해 일하는 삶의 터전이라는 성격이 삼청동·이태원과도 차별된다.
배형민 교수는 “세운상가는 구도심 재생을 중심으로 부분적인 재개발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도심 제조기반이 매우 건강하게 형성돼 있는 곳이라 이 기능을 21세기형으로 바꾸기 위해서라면 약간의 젠트리피케이션은 오히려 익사이팅한 게임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인다. 재개발로 인해 순간적인 지가 상승이 나타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사회문화적 재생을 통해 활기를 되찾는 게 나아갈 방향이라는 이야기다.
현대화를 위한 질주 때문에 서울엔 남아 있는 근대 건축물이 드물다. 역사적인 스토리와 시대의 미감을 품은 오래된 건물을 동시대인들과 어울리는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아직도 살아 움직이는 현재진행형이자 과거와 오늘, 그리고 새로운 미래까지 도모하고 있는 세운상가는 그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6일 국무회의에서 창업 및 제조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메이커 운동 활성화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메이커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제품 및 서비스를 스스로 구상해 개발하는 사람이나 단체를 말한다. 스타트업으로 발전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어, 메이커 운동이 확산되고 창조경제플랫폼의 지원이 더해지면 우수한 제조창업기업으로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된 메이커 운동 활성화 추진계획은 창의적인 메이커 문화를 확산해 창업과 제조업 혁신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선 메이커의 제조창업을 촉진하기 위해 창업을 희망하는 메이커에게는 창조경제혁신센터, 창조경제타운 등의 멘토를 활용해 수익모델, 품질관리 등의 창업 멘토링을 제공하고, 메이커 활동이 사업화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등록을 지원한다. 또 무한상상실 내에 ‘상상마켓’을 시범운영하여 창업에 도전한 메이커를 위해 판매공간도 제공한다.
또 메이커 참여를 통해 스타트업 및 기존기업의 혁신을 이끌기 내기 위한 지원도 이뤄진다. 스타트업의 제품 제작 관련 수요를 메이커와 매칭하여 수요와 공급 양측의 특화된 니즈를 충족할 수 있도록 하고, 지역 산업단지와 메이커를 연계하여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현안과제(신제품 개발, 시제품 제작 등) 해결에 참여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전문 메이커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 ▲메이커 스페이스 운영 내실화 ▲메이커 운동 확산을 위한 교류.협력 지원 등이 추진된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향후 전 국민의 만들기 활동이 취미생활에 그치지 않고 경제적 가치로 연결됨으로써 메이커들이 창조경제 생태계의 주역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은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신생 벤처 기업을 뜻한다. 이윤을 창출해 큰 기업에 인수되거나 스스로의 힘으로 상장까지 가는 게 대부분 스타트업의 목표다. 그런데 어울리지 않게 앞에 ‘비영리’가 붙은 스타트업들이 있다. 이들은 어떻게 출범한 것일까.
비영리 스타트업은 창의적인 생각, 빠른 의사결정, 유연한 조직 등 스타트업의 장점을 갖췄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스타트업과 구별된다. 보통 비영리 민간단체를 설립하려면 1년 이상 공익활동 실적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주무관청에 제출하고 100명 이상의 회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비영리 스타트업은 발기인이 3명 이상(서울시 기준)이면 바로 설립해 등록할 수 있다.
국내에는 정장을 대여해주는 ‘열린옷장’을 비롯해 러시아 우주인 후보에 올랐던 김산씨가 설립한 시제품 제작 도우미 ‘타이드인스티튜트’ 등 소수의 비영리 스타트업이 활동 중이다. 열린옷장은 평범한 직장인들이 민간연구소인 ‘희망제작소’의 사회 혁신 아이디어 모임에서 만나 2012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사실 열린옷장은 “면접 보러 지방에서 오는 대학생들에게 내 정장을 빌려줬으면 좋겠다”는 말 한마디로 시작됐다. 이렇게 모인 김소령, 한만일 대표 등은 주말을 이용해 수요조사, 의류 기증요청, 홍보 등의 준비 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창업을 지원해주는 서울 논현동의 ‘코업’ 사무실에 책상 하나와 옷걸이 하나로 문을 열었다. 재킷 1만원, 바지 1만원 등 세탁비 정도만 받고 빌려주기 때문에 이윤은 거의 없지만 기증 받은 정장은 1,000벌, 옷을 빌려간 사람은 2만5,000명을 넘어설 정도로 폭발적 호응을 얻고 있다.
열린옷장에 옷을 기증하는 방법. 열린옷장 홈페이지 캡쳐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아무리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해도, 또 아무리 사회 공헌도가 높다고 해도 1, 2년 만에 문을 닫으면 의미가 없다. 게다가 기부자들은 자신이 기부한 돈과 물품이 비영리 스타트업의 운영비로 사용되길 바라지 않는다.
이런 차원에서 세계적인 의료 기부 스타트업 왓시는 좋은 선례로 꼽힌다. 왓시는 기부금을 운영비로 일체 사용하지 않고 기부자들에게 기부금을 지원한 환자의 인적사항, 치료 기관ㆍ날짜ㆍ금액 등 관련 정보를 전부 공개하고 있다. 운영비는 미국의 벤처육성 기업 ‘와이 컴비네이터’에서 투자를 받는 등 별도의 기부로 충당한다. 국내 비영리 스타트업 관계자는 “아직 우리 사회에 기부 문화가 활성화하지 못해 비영리 스타트업이 드물지만 앞으로는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사회공헌에 대한 꿈이 있다면 도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