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조 황금알 3D프린팅, 선진국 뛸 때 한국만 주춤 – 스카이데일리

미국·독일·중국 등 3D프린팅 활성화 박차…한국은 지원·정책 수준 미비


나광국기자(kkna@skyedaily.com) 기사입력 2018-10-30 12:58:47


▲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주요 선진국들은 관련 분야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3D프린팅 기술은 활용범위가 무궁무진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관련 기술 연구·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은 ‘한국 IT산업의 심장’이라 불리는 판교테크노밸리 전경 ⓒ스카이데일리


최근 3D프린팅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핵심 기술 중 하나로 손꼽히면서 미국을 비롯해 독일, 중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3D프린팅 관련 교육 및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세계 3D프린팅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 56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미 항공우주와 자동차·생체의학 분야에서 3D프린팅이 상당 부분 이용되고 있는 데다 시간이 지날수록 3D프린팅을 활용한 분야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관련 분야 수준은 열악하기만 하다. 높은 규제 장벽과 미흡한 지원정책으로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첨단기술 산업 경쟁력이 지지부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미래형 신산업 발굴과 육성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정부 계획에 대한 의구심 어린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미국·독일·중국 등 해외 주요 선진국들 56조 황금알 ‘3D 프린팅’ 패권 경쟁 박차

3D프린터는 3차원 도면을 기초로 입체적인 물체를 생성하는 도구다. 도면 데이터만 있으면 문서를 인쇄하듯 언제 어디서나 똑같은 물체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만들 수 있다.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 한 것으로 평가된다.

3D프린터 시장 규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16년 3D프린팅의 세계시장 규모는 61억 달러(약 7조 원)다. 전년 대비 17.4% 증가한 수치다. 매년 고성장을 거듭해 2022년에는 무려 262억 달러(약 3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김해인] ⓒ스카이데일리


시장조사기관 월러스 어소시에이츠(Wohlers Associates)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별 3D프린팅 시장 점유율은 미국이 39.3%로 가장 높다. 이어 독일(9.2%), 중국(7.4%) 등의 순이다. 한국의 3D프린팅 시장 점유율은 2016년까지만 해도 4.0%였지만 2017년 1.8%로 오히려 줄었다.

미국과 독일,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3D프린팅 기술은 기계와 항공·우주, 자동차 등 산업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용도는 부품 제작부터 맞춤·조립 시제품 제작, 교육·연구개발 등 다양하다.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항공우주, 자동차 및 생체의학 분야를 중심으로 3D프린팅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프랑스 항공사 에어버스는 항공기 부품 중 4만5000~6만개 가량을 3D프린팅 부품으로 대체했다. 미국의 GE와 보잉사도 항공우주 부품을 3D프린팅 방식으로 제조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글로벌 완성차업체인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츠 벤츠가 제조공정에 3D프린팅 기술을 도입했다.

중국도 3D프린팅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20년 전부터 3D프린팅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연구개발에 공을 들인 결과다. 지난 1986년 3월 첨단기술 발전계획인 ‘863계획’에 3D프린팅 기술을 포함시켜 국가차원에서 지원했다. 2012년엔 3D프린팅 기술산업연맹을 창설해 본격적인 3D프린팅 산업 육성에 돌입했고 일부 지역에선 3D프린팅 교육과정을 필수과목으로 도입했을 정도다.

일례로 중국 3D프린팅 기업 폴리메이커(Polymaker)는 올해 3월 이탈리아 전기차 스타트업 XeV와 함께 세계 최초로 3D프린팅 전기차 LSEV를 공개했다. 일반 자동차 제작엔 약 2000개의 부품이 필요하지만 LESV는 57개의 부품만 사용된다. 덕분에 제작비용이 절반으로 줄었고 무게가 가벼워 연비효율도 개선됐다.

월러스 어소시에이츠(Wohlers Associates)는 중국과 미국이 3D프린팅 기술 분야에서 경쟁하며 업계를 양분할 거라고 내다봤다. 올해 중국 3D프린팅 산업 규모는 22억5000만 달러(약 2조6000억 원), 2022년까지는 80억 달러(약 9조1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길 잃은 대한민국 3D프린팅 산업…경쟁력은 미국 3분의 1 수준 불과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해외 선진국과 비교할 때 국내 3D프린팅 산업의 갈 길은 여전히 멀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한국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지식재산 경쟁력이 낮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원천핵심특허 관련 제도가 미비한 데다 정부 기술수준 향상 방안도 미흡한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특허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12년간(2005년~2016년) 한·미·일·중·유럽에 출원된 특허의 영향력, 활동도 등을 종합해 평가한 결과, 한국의 3D프린팅 경쟁력은 33.7%로 미국과 비교해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김 의원은 “IT강국 대한민국이 유독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뒤쳐져있다”며 “핵심 원천 기술을 관리하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 없이는 미래신산업 발전을 주도할 수 없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 장비 성능에만 집중한 채 비슷한 제품을 복사하듯 만들어 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국내 3D프린팅 기업은 대부분 장비 업체들로 구성돼 있다. 소재를 개발하는 기업은 기껏해야 10여곳 정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스트라타시스 코리아, 3D시스템즈코리아 등과 같이 글로벌 기업과 연계해 재료를 판매하는 외국산 장비 판매 회사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장비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소재 등 3가지가 모두 갖춰져야 한다는 게 관련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3D프린팅 업체 한 관계자는 “현재 3D프린터 장비 수준은 완성 단계에 도달했지만 소프트웨어 및 소재 개발에 있어서는 기술 발전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오픈소스 기반의 3D프린터를 제작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하드웨어에만 집중하고 있는 현상은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3D프린팅산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다”며 “향후 3D프린팅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소재 및 공정에 대한 교육환경을 제대로 갖춰 연구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거꾸로 가는 정부 4차 산업혁명 지원 정책…3D프린팅 교육·지원 인프라 열악

▲ 서울에서 3D프린터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세운상가에 위치한 ‘팹랩서울’이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3D프린팅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교육과 함께 3D프린터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세운상가에 위치한 ‘팹랩서울’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등 정부부처에서 내놓은 3D프린터 지원책도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단기 성과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3D프린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교육 및 연구개발 인프라가 필수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선 3D프린터를 접하기가 쉽지 않아 기본적인 교육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3D프린팅 분야 전문인력 양성이 요원한 셈이다.

실제로 서울에서 3D프린터를 자유롭게 접할 수 있는 곳은 세운상가에 위치한 ‘팹랩 서울’이 유일하다. 펩렙 서울은 3D프린터, 레이저 커터 등 디지털 제작 장비들을 활용해 제품화·창업으로 연결해주는 민간시설이다.

팹랩서울 매니저 로드리고(38·남) 씨는 “한국에 3D프린터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서 안타깝다”며 “한국이 미래산업 분야에서 다른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면 사람들이 관련 분야에 친숙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기 위해선 가장 먼저 교육 관련 시설이 많이 늘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장훈 유원대학교 3D프린팅전공 교수는 “한국에선 3D프린터 개발로는 절대 먹고 살 수 없는 구조다”며 “정부는 3D프린팅 분야 개발자들이 생계 걱정없이 활동할 수 있는 산업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의 프린터가 외국산으로 3D시스템즈의 메탈 프린터기의 경우 1억8000만원인데 지원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 만들고 싶어도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다”며 “정부는 국내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교육이 필수라는 점을 깊이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전공자들이 취업하고 활동할 수 있는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나광국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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