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초중고 정규 과정서 3D프린팅 배워
韓, 사설학원 다녀도 SW활용 초보수준
◆ 3D 프린팅 전성시대 (下) / 국내 3D프린팅 현주소 ◆
“설계 도면은 가져오셨나요?”
17일 경기도 과천과학관 내 무한상상실을 찾은 기자가 상주 직원에게 3차원(3D) 프린터로 배우 정우성의 흉상을 출력하고 싶다고 하자 돌아온 대답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무한상상실에서는 3D 프린터, 레이저커터기 등 디지털 제작 장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 직원은 “전문가용 3D 모델링 소프트웨어(SW)로 사전에 디지털 설계도를 만들어 가져와야 원하는 것을 출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기자는 3D 프린터로 출력한 플라스틱 그릇만 들고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창조경제를 만들어갈 `메이커(1인 제조자)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3D 프린터 보급뿐 아니라 관련 SW와 활용교육에도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D 프린터로 물건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3D 모델링(설계) SW를 활용한 디지털 설계 도면이 있어야 한다. 일반인들이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무료로 쓸 수 있는 SW로는 사람 흉상과 같은 정교한 작품을 만들 수 없다. 상용화를 염두에 둔 시제품 제작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다.
정교함이 요구되는 제품을 만들려면 수십만 원대 SW를 구입하고 사설 학원에 가서 SW 활용법을 배워야 한다. 게다가 3D 프린팅과 연계해 디자인을 교육하는 곳은 찾기 어렵다.
정부에서도 일부 3D 설계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초보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상상을 현실로 옮긴다`는 3D 프린터의 가능성이 퇴색되는 부분이다.
영국은 초ㆍ중ㆍ고교 정규 교육과정에 3D 프린팅 관련 SW 교육을 포함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을 정도지만 국내에서는 관심 있는 사람조차 교육을 받기 어려운 환경인 것이다.
`3D 프린터의 모든 것`의 저자인 허제 타이드인스티튜트 팀장은 “3D 프린터가 있어도 SW를 다룰 줄 모르면 무용지물”이라며 “먼저 SW 보급과 교육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공공 3D 프린터 수가 부족하고 접근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일반인들이 무료로 3D 프린터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전국에 단 7곳뿐이고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과천과학관이다.
고산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는 “특히 지방에서는 창작에 관심이 있어도 3D 프린터를 접하거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이 거의 없다”며 “지역 공공시설에 3D 프린터 보급을 서두르고 온라인 기반 교육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3D 프린터뿐 아니라 또 다른 디지털패브리케이션(디지털 제조) 수단인 CNC머신(재료를 깎아서 모양을 완성하는 도구) 등의 보급도 중요한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3D 프린팅 시장이 본격 열리고 있지만 아직 국내 산업은 변방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 3D 프린터, 디자인ㆍ저작SW, 3D 프린팅 서비스 등 관련 생태계를 모두 미국 등 해외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3D 설계 SW인 `123D`와 `스케치업`은 각각 미국 기업 오토데스크와 구글의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산업이 전 세계 3D 프린팅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에도 못 미친다”며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이 정부 주도로 빠르게 치고 나가고 있어 한국과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리즈 끝>
[황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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