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가 발굴 `TEU` 운영 황동호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
미래학자 커즈와일이 설립한 창업사관학교 `SU` 벤치마킹
SU와 다른 TEU 차별점은 기술에 인문학 상상력 더해
“정답도 미친 생각도 없어 미치지 않으면 못 미친다”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이노베이터를 발굴·양성하는 것이 `타이드 인비전 유니버시티(TEU·Tide Envision University)`의 목표입니다. 그러려면 우선 미쳐야죠.”
`미쳐야 미친다, 미쳐야 정상이다`를 외치는 괴짜가 있다. 국내 메이커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황동호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40) 이야기다.
타이드인스티튜트는 과학기술(T)·상상력(I)·디자인(D)·기업가정신(E)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2011년 설립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한국인 최초 우주인 후보였던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가 설립했다. 당시 고 대표를 포함해 타이드인스티튜트 창업 그룹 일원이었던 황 대표는 고 대표에 이어 2017년부터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를 맡고 있다. 무더웠던 올여름 황 대표는 `미친 열정` 가득한 TEU 참가자들과 함께 8월 한 달을 보냈다. 황 대표는 “TEU는 `유니버시티(대학)`란 이름을 내걸었지만 학위는 없고 4주간 수업에 참여하면 수료증을 발급한다”며 “미래학자 레이먼드 커즈와일이 구글과 미항공우주국(NASA) 후원을 받아 설립한 창업사관학교 `싱귤래리티대학(SU)`을 벤치마킹한 한국형 SU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타이드인스티튜트가 운영하는 TEU엔 `무엇인가에 미친` 사람이 모여들었다. 대상은 그 무엇이어도 상관없다. 제조, 긍정적인 조직, 탐험, 사람, 재미, 바이오, 재난안전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미치기만 하면 된다. 황 대표는 이런 미친 아이디어에서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급진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을 개발한다는 구글의 기업정신인 `문샷 싱킹`과도 유사하다. TEU는 지난 25일 1기 수료생 32명을 배출했다.
“우리는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기술로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인문(학)`적 상상력을 더해보기로 했습니다. 역사·통일 분야 등 주요 연사를 초청해 강연을 진행한 이유죠. 강연자들이 참가자들과 함께 점심을 하며 예술도, 역사도 심지어 탈북자 문제도 논의했습니다. TEU를 통해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한반도` 문제도 고민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에요.”
TEU는 자유로운 토론 문화를 지향한다. `미친 아이디어`는 언제나 환영이다. TEU 과정이 진행되는 한 달 동안 참가자들은 끊임없이 `무엇에, 얼마나 미쳤나`를 고민한다. 정답은 없기에 서로 격의 없이 의견을 주고받으며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
“저는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기도 하지만 TEU 과정에 참여할 때는 영어 이름 `조셉`으로 불립니다. 직함, 학벌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가 과정 중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미친 것`입니다. TEU는 총 4주 과정인데 1주차에 저희가 참가자들에게 던진 질문은 `지금 이 순간 당신은 무엇에 미쳐 있습니까`였어요. 이어 2·3주차에 △미쳐야 본전이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나는 놈 위에 미친 놈을 거쳐 마지막 4주차에 △미쳐야 정상이다를 화두로 던졌습니다. 미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몰두한다와 더불어 어딘가에 `도달`하다는 뜻으로도 쓰이는 중의적 의미라 이런 화두를 정한 것이죠.”
TEU 참가자들은 △챌린지 트랙 △테크놀로지 트랙 △퍼스펙티브 트랙 등 세 단계를 통해 문제 해결력을 키우게 된다. 내가 인류를 위해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깊이 있게 파고든 뒤 다양한 첨단 과학기술을 접하며 시야를 넓히고, 마지막으로 인문(학)적인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관점을 도출하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바이오기술(BT), 우주(Space)까지 다양한 주제로 한 달간 치열한 토론을 거듭했다. 연사로는 윤여순 코칭경영원 전문코치, 케이시 라티그 TNKR 설립자, 장영준 뤼이드 대표, 송기원 연세대 교수, 김태유 서울대 교수 등 20명이 참여해 역사, 통일, 미래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고 의견을 나눴다.
황 대표는 “뜻을 같이하는 혁신가들은 언제든 환영”이라며 TEU 규모를 좀 더 키우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1기엔 10대부터 50대까지, 직업도 스타트업 대표, 학생, 공무원 등 다양한 분이 참여했어요. 졸업 뒤 이분들이 각자 자신이 속한 조직으로 돌아가서 선한 영향력을 주면 좋겠습니다. 사내 혁신가가 될 수도, 정책을 제안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죠. 이런 소위 `미친`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아름다운(美) 미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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