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우주인’으로 불리는 고산씨(38·사진)가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창업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무기는 최첨단 ‘3D(입체) 프린터’다. 3D 프린터로 창업용 시제품을 만들어주던 그는 내친김에 3D 프린트 제조업체까지 차렸다.
18일 그가 대표로 있는 서울 종로 세운상가의 비영리 기술창업 컨설팅업체 ‘타이드인스티튜트’를 찾았다. 고 대표는 10여명의 대학생과 3D 프린터가 옷이 흘러내리지 않는 옷걸이를 만드는 모습을 응시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가진 것이라곤 고리 형태를 바꾼 옷걸이 설계도와 아이디어뿐이었다. 고 대표는 3D 프린터로 학생들의 머릿속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해주는 작업을 돕는 것이다.
고 대표는 2011년 12월 타이드인스티튜트를 열고 창업 교육을 하다 3D 프린터를 만드는 ‘A팀벤처스’라는 기업도 세웠다. 200만원대 보급형 3D 프린터 제작이 목표다. 지금까지 시제품 2대를 만들었다.
고 대표는 “최근 미국이 보유했던 3D 프린터 제작기술 특허가 만료돼 제작기술이 공개되기 시작했다”면서 “한국엔 가격과 품질 면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이 없어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2008년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후보로 최종 선발됐다. 그러나 우주선 탑승을 한 달 앞두고 훈련 도중 탈락했다. 훈련과 관련된 책을 불법 복사했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 ‘우주 관광객’으로 불리지 않기 위해 공부하려고 책을 복사했는데 러시아 측으로부터 엉뚱한 오해를 받았다”면서 “탈락했지만 아쉽다기보단 담담했다”고 말했다.
우주로 날지 못한 고 대표는 2010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로 유학을 떠났다. 거기서 참여한 창업 프로그램이 그의 인생 궤도를 바꿨다. 그는 유학을 중단하고 귀국했다. 친구들과 머리를 맞댔고, 타이드인스티튜트를 만들었다. 타이드인스티튜트는 기부금과 3D 프린터 사용료, SK텔레콤과 정부의 지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는 “현재는 창업용 시제품을 만드는 제작소를 서울 세운상가 한 곳에서만 운영하지만 앞으로는 전국 곳곳에 세우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 최초 우주인’이라는 타이틀을 얻지 못한 심경을 묻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최초의 우주인이 되고 탈락까지 한 경험이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그게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40218210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