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유니콘 키운다] 아이디어·설계도만 있으면 시제품 뚝딱…’메이커 스페이스’ 제조 창업자 요람으로 –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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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터 등 고가 장비 보유
초기기업 비용부담 덜어줘 인기
중기부, 장비도입비·임금 등 지원
제조문화 확산 플랫폼으로 육성


[K유니콘 키운다] 아이디어·설계도만 있으면 시제품 뚝딱...'메이커 스페이스' 제조 창업자 요람으로
대구광역시와 경북대 크리에이티브팩토리가 지난달 19일 대구 동성로에서 개최한 메이커 체험 행사인 ‘제1회 인사이트 나이트’에서 참가자들이 직접 컴퓨터에 저장된 3D 도면을 활용해 시제품을 제작하고 있다./사진제공=경북대스타트업지원센터


대구 소재 엘라인은 2014년부터 다른 기업의 설계도면을 검토해 제품을 제작해주고 있는 업체다. 시제품을 제작할 일이 많지만 자본이 부족해 장비 구매에 애로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엘라인에게 경북대가 운영하는 메이커 스페이스인 ‘크리에이티브 팩토리’는 고마운 존재다. 김진형 엘라인 대표는 “크리에이티브 팩토리 등의 메이커 스페이스엔 3D프린터 등 제품 제작에 필요한 장비가 많아 초기기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메이커 스페이스’가 제조 분야 창업자들의 새로운 요람으로 떠오르고 있다. 메이커 스페이스란 3D프린터 등 고가의 디지털 장비를 활용해 설계·제조·생산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공간을 뜻한다. 설계도와 아이디어만 있으면 소규모 디지털 장비로 어떤 물건이든 만들 수 있어, 제조업자는 물론이고 일반인까지 4차 산업혁명에 부합하는 제품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장소다.


[K유니콘 키운다] 아이디어·설계도만 있으면 시제품 뚝딱...'메이커 스페이스' 제조 창업자 요람으로


한국에는 2013년 팹랩서울을 기점으로 메이커 스페이스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올해 1월 기준으로 국내엔 총 204곳의 메이커 스페이스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구에선 지난 8월 메이커 스페이스 18곳이 모여 자체 협의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이일용 경북대 산학협력단 팀장은 “협의회 발족 이후 매달 만나 메이커 교육 프로그램이나 협업·홍보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이커 스페이스를 이용하는 계층도 다양해지고 있다. 중기부가 지난해 11월 벌인 ‘메이커 스페이스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학생(18%), 중·고등학생(17.8%), 창업자(16.7%), 직장인(14.5%) 순으로 메이커 스페이스를 활용했다. 전남대 메이커 스페이스인 ‘만들마루’를 운영하는 전남대 산학협력단의 이훈 팀장은 “올해 들어 일반인을 대상으로도 행사를 두 차례 크게 열었는데, 그때 이후로 방문객 구성이 더 다양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도 지난해 11월 ‘한국형 메이커 스페이스 확산방안’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일반형 공간 350개, 전문형 공간 17개를 구축하는 게 골자다. 일반형 공간은 인근 지역 일반인에게 제조 교육과 체험활동을 제공하고, 전문형 공간은 전문 제조업자나 초기 창업자의 시제품 제작을 돕게 된다. 특히 전문형 공간은 창조경제혁신센터같은 창업 인프라와 연계해 사업화 지원과 메이커 운동 확산 등 거점 기능을 수행한다. 올해에는 전문형 공간 5곳, 일반형 공간 60곳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직접 국가 예산을 투입해 메이커 스페이스의 판을 키우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일반형 공간과 전문형 공간 하나당 각각 2억5,000만원과 30억원 가량을 제공해 장비도입비용과 인건비를 지원한다. 아울러 과제 중심 교육과정을 개설해 메이커 스페이스를 단순 창업지원 공간이 아닌 제조문화 확산 플랫폼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다만 중기부는 운영에 도움은 주되, 운영 방향은 각 메이커 스페이스가 정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메이커 스페이스 업계는 중기부의 정책 방향에 지지하는 입장이다. 허제 N15 대표는 “아직까진 메이커 문화가 완전히 정착하진 않아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중기부는 예산을 지원하면서도 각 메이커 스페이스에 자율권을 많이 보장해주고 있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으로 메이커 스페이스가 정착하려면 메이커 스페이스를 ‘산업’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원용관 전남대 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자칫하면 메이커 스페이스를 ‘창업·취업의 도구’로 오해할 수 있는데, 그것보단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만듦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문화의 장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선 메이커 문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끼리 자신들의 재능을 공유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그로 인한 파급효과로 자연스럽게 창업이 촉진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야지, 메이커 스페이스 정책의 목표 자체를 창업에 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메이커 스페이스 자체적으로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최대 민간 메이커 스페이스인 테크숍(Techshop)도 멤버십 형태로 운영하다 지난해 부도를 맞았다”며 “비록 중기부에서 계속 현금지원을 한다고 해도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한다면 메이커 스페이스는 지속가능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 대표는 “주변 지역의 니즈를 잘 파악해 일반인이 메이커 스페이스에 오는 고유한 ‘목적’을 창출해내는 게 관건”이라고 역설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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