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를 제품으로…사회혁신에 3D프린터 바람?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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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서울과 팹랩서울의 ‘소셜디자인워크숍’

 
 
지난달 8일 팹랩서울에서 열린 소셜디자인 워크숍에서 김동현 매니저가 참가자들에게 레이저커터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공
지난달 8일 팹랩서울에서 열린 소셜디자인 워크숍에서 김동현 매니저가 참가자들에게 레이저커터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공
 

‘3차원(3D) 프린터는 소셜디자인에도 혁신을 가져올 것인가?’

3차원 프린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눈앞에서 물건이 입체적으로 만들어지는 광경 자체도 신기하지만, 이를 통해 산업 전반에 혁신이 일어나리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의 지뢰 피해 어린이에게 의수를 만들어주는 등 사회적 가치가 있는 활동에 기술을 사용한 사례들이 알려지며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3차원 프린터가 과연 사회적 경제 부문에도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지, 구체적인 사례를 가지고 생각해볼 만한 계기가 최근에 있었다. 서울사회적경제아이디어대회(위키서울·wikiseoul.com)와 디지털 공공제작소 팹랩서울이 지난 1~2월 진행한 ‘소셜디자인 워크숍’이다. 이 워크숍은 사회적기업가, 비정부기구(NGO) 활동가, 디자이너, 대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사회적 아이디어를 3차원 프린터를 통해 시제품 단계까지 제작하는 행사였다.

시각장애인용 노선도 등 6개 선정

지난달 8일 30여명이 서울 종로 세운상가의 팹랩서울 제작실에 모였다. 각자 가져온 아이디어를 내놓고, 비슷한 것끼리 그룹을 짓는 토의 과정을 거친 뒤 6개 아이디어가 시제품 제작 아이템으로 선정됐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버스노선도’ ‘폐자전거를 재활용한 노약자용 보행기’ ‘외국인 관광객 전용 택시를 위한 안내등’ ‘쓰레기 상습 투기를 막기 위한 조형물’ ‘달동네 낡은 계단을 보완할 설치물’ ‘폐현수막과 우산대로 텐트를 만들기 위한 연결부품’ 등이었다.

2주간 교육받은 뒤 시제품 제작

각 3~5명으로 구성된 6개 팀은 3차원 프린터와 레이저 커터 같은 디지털 장비를 쓰는 교육과 2주간의 제작 과정을 거쳐 지난달 22일 서울사회적경제아이디어대회 성과공유회에 시제품을 내놓았다. 이날 현장에는 에코준컴퍼니 이준서 대표, 트래블러스맵 변형석 대표, 피에스에스디(PSSD)랩 김혜영 대표 등 세 명의 자문위원이 각 팀의 발표를 듣고 평가했다. 자문위원들은 “비전문가들이 단 2주 만에 아이디어를 물건으로 만들어낸 점을 고려하면 의미있는 성과”라고 평가하면서도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공통된 내용은 “사회적 가치와 실제 필요성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점자 노선도는 책받침 절반만한 크기의 평면형과, 리본처럼 긴 점자 노선도를 말아 손에 쥔 채 밀면서 사용하게 한 두 가지 형태로 제작됐다. 자문위원들은 시각장애인이 버스 이용에 불편을 느끼는 이유에 대한 조사와 방대한 버스 노선 정보를 어떻게 담을 것인지에 대한 해결책이 부족하다고 짚었다.

모형 제작단계 건너뛸 수 있어 유용

외국인 관광객 전용 택시를 알아보기 쉽도록 만든 안내등은 독도 모양으로 만들어졌는데 ‘외국인용 택시를 차별화한다’는 애초 목적에 ‘독도 문제를 알린다’는 목적이 섞이면서 초점이 흐려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 대표는 “디자인은 실제 그 제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많이 할수록 좋아진다”고 조언했다. 변 대표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을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특정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진정성을 가지고 답을 찾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결과 발표회가 열린 지난달 22일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독도택시등’ 팀이 3D프린터로 만든 독도 형상의 택시 안내등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공
결과 발표회가 열린 지난달 22일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독도택시등’ 팀이 3D프린터로 만든 독도 형상의 택시 안내등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공
 

지나친 기대 안 되지만 가능성 발견

최근에도 신제품 개발에서 3차원 프린터를 사용해 500만원 정도의 비용을 절감한 바 있다는 이 대표는 “아이디어의 제품화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목업’(mock-up) 단계를 건너뛸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3차원 프린터가 유용한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생산뿐 아니라 유통, 지자체와의 연결, 법 개정 등 넘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3차원 프린터와 같은 디지털 기기로 가능한 혁신은 그중 작은 부분일 뿐”이라고 말했다. 워크숍에서 멘토 역할을 한 팹랩서울의 김동현 매니저도 3차원 프린터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나의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려면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집약돼야 하며 그 제품의 방향이 확실할 때에만 3차원 프린터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독도택시등’팀이 3D프린터로 만든 외국인 관광객 전용 택시 안내등.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공
‘독도택시등’팀이 3D프린터로 만든 외국인 관광객 전용 택시 안내등.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공

이처럼 3차원 프린터 하나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제품이 바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는 게 이번 워크숍이 남긴 교훈이다. 가능성 역시 발견됐다. 대부분의 참가 팀이 “아이디어를 더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는 게 그 증거다. 독도택시등 팀의 이정호(24·홍익대 3학년)씨는 “처음 3차원 프린터로 작업해본 것인데 많은 자극을 받았다”며 “서울시에 우리 디자인을 적용해 달라고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을 때까지 이번 팀원들과 작업을 계속해 보겠다”고 밝혔다.

황세원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팀장

원문 보기 :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2976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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