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던 제품을 내 손으로 메이커 교육 확산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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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설계·제작하며 창의력 쑥쑥 결과물보다 협업하는 과정 중요
생각 공유하며 문제 해결력 키워 미래엔 메이커 능력 중요해질 것
교육 시도하는 학교·교사 늘어나


“자, 이렇게 평면도형을 그리고 여기에 높이를 부여하면 입체도형을 만들 수 있어요. 이를 응용해서 각자 자기 영어 이니셜을 쓰고, 그걸 입체로 만들어 봅시다. 그런 다음에는 이를 바탕으로 자기 이니셜이 담긴 운동화 장식을 설계해서 3D 프린터로 출력해볼 거예요.”

지난 18일 서울 노원구에 있는 서울시립과학관 내 메이커(maker) 스튜디오. 강의를 맡은 허송이 연구원의 지도에 따라 학생들의 손이 바삐 움직였다. 메이커 교육을 받기 위해 과학관을 찾은 서울 상원중 1학년 학생 20명이다. 이날은 3D 모델링(modeling)과 3D 슬라이싱(slicing) 등 교육이 진행됐다. 학생 대부분이 이런 교육을 처음 접함에도 두 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자기만의 운동화 장식을 만들어냈다. 수업을 들은 김형진군은 “3D 프린팅 등은 그간 책이나 뉴스로만 접했다”며 “제가 직접 물건을 설계하고 3D 프린터로 만들면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주연 교사 역시 “메이커 교육은 일선 학교에서는 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이처럼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교육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교육은 서울시교육청이 메이커 교육 확산을 위해 이달부터 시작한 ‘길동무 차량’ 프로그램의 하나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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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울 노원구에 있는 서울시립과학관 내 메이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3D 모델링 체험 교육 모습. /이광재 객원기자


최근 메이커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 미래 사회 인재의 필수 역량으로 꼽히는 창의력과 문제 발견력 등을 키울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받으면서다. ‘메이커’란 자기주도적으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어내는 사람을 뜻하는데, 메이커 교육은 사용자가 필요한 것을 직접 설계해 제작하는 과정을 경험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다. 2000년대 ‘스스로 만든 물건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자’며 시작된 미국 메이커 운동에서 파생한 것으로, 최근엔 3D 프린터 같은 신기술과 접목하면서 소프트웨어(SW)·코딩 교육과도 연계되고 있다. 교육부와 서울을 비롯한 각 시도교육청, 한국과학창의재단 등에서도 메이커 교육 확산을 위한 각종 정책을 내놓는 중이다. 일례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11월 5년간 약 100억원을 투입하는 ‘서울형 메이커 교육 중장기 발전 계획’을 발표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누구나 필요한 것 직접 제작해 쓰는 시대 온다”

많은 학자가 “미래는 메이커의 시대”라고 말한다. 문제 발견력과 해결력, 창의력을 가진 사람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란 관측이다. 3D 프린터, 레이저 커터 같은 기술이 향상하고 가격이 낮아지면서 이런 현상은 앞으로 한층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가정·학교·교육기관 등에서 이러한 장비를 쉽게 구입해 사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김동현 팹랩 서울(Fab Lab Seoul) 이사는 “지금 컴퓨터가 우리 생활에 널리 쓰이는 것처럼 앞으론 3D 프린터 등도 일상화할 것”이라며 “우리 아이들이 자라 성인이 됐을 때는 컴퓨터를 다루듯 3D 프린터 등 첨단 기기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누구나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어 쓸 수 있는 시대가 오는 거예요. 이런 시대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능력은 하나죠. 바로 문제를 찾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능력이에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도구를 어떻게 활용해서 필요한 것을 만들 것인가를 생각하고 직접 경험하게 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팹랩 서울에선 청소년·어린이에게 이런 능력을 길러주고자 팹틴(Fab Teen)·팹키즈(Fab Kids)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메이커 교육의 핵심은 우리 생활에서 직면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찾는 것이다. 그런 다음 아두이노 등을 활용해 해결 방안을 구상하고 직접 그것을 제작하는 전 과정을 익힌다. 유정숙 서울시립과학관 주무관은 “정해진 틀대로만 가르치는 기존 교육에는 학생의 생각이 들어갈 여지가 없었다”며 “아이들이 무엇이든 자기 생각대로 설계하고 만들어 볼 수 있다는 게 메이커 교육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메이커 교육 핵심은 협업·공유… 기술만 가르쳐선 안 돼

메이커 교육은 여기서 그쳐선 안 된다. 메이커 교육의 또 다른 핵심은 ‘협업’과 ‘공유’다. 이지선 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과 교수(메이커교육 실천회장)는 “메이커 교육은 커뮤니티(community· 공동체)를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아두이노 같은 오픈(누구나 이용 가능한) 소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고 이를 다른 사람과 나누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원 등에서 ‘기술’만 배우는 메이커 교육은 쓸모가 없어요. 제품 만드는 방법(기술)은 이미 유튜브 등 인터넷에 공개돼 있어서 누구나 보고 따라 할 수 있거든요. 게다가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서 금방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요. 기술을 가르치기보다는 학생 스스로 동아리를 만들고 생활 속에서 어떤 문제를 발견해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지원해 주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이런 메이커 교육을 시도하는 학교·교사도 늘고 있다. 서울 휘문고의 ‘휘문메이커스’는 강지석 교사 지도로 작년에 만들어진 메이커 동아리다. 지난해 18명으로 시작해 올해 25명으로 늘었다. CNC 스케치 로봇, 블루투스 로봇카, 서보모터 로봇암 등을 직접 만들고, 제작 방법을 학생 눈높이에 맞는 동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는 활동을 했다. 강 교사는 “해외 영상을 따라 하며 로봇을 만들었는데 쉽게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많아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그런 부분을 우리나라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우리말로 풀어 설명하는 동영상을 만들면 더 많은 사람이 메이커 교육을 접하는 데 도움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휘문메이커스는 지난해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한 ‘프로젝트형 메이커 동아리 지원 사업’에 선정돼 지원금을 받았고, 작년 12월 열린 성과 발표회에서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상을 받기도 했다.

김동현 이사는 “아이들에게 메이커 교육이 왜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 학교·학원 등에서 이뤄지는 메이커 교육은 단기간에 성과(결과물)를 내거나 3D 프린터·드론 같은 요즘 유행하는 카테고리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요. 메이커 교육에서 중요한 건 무엇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런 목적에서 본다면 첨단 기기가 없더라도 수수깡 같은 아날로그 도구를 이용해 얼마든지 메이커 교육이 가능합니다.”


원문 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22/201804220106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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