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장인과 혁신 청년 뭉쳤다” 활기 찾은 세운상가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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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르네상스 <5>세운상가의 청년 스타트업


전자 의수ㆍ가정용 반려로봇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 가진 청년들

제품 제작 위해 수많은 부품 필요

세운상가에선 손쉽게 구해

숙련된 장인 많아 협업 시너지

창업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이상호 만드로 대표가 12일 세운상가에서 3D프린터로 만든 전자 의수를 들어보이고 있다. 그는 이달 중 경기 부천에 있는 사무실을 세운상가 청년 스타트업 창업 공간인 ‘세운 메이커스 큐브’로 옮긴다. 배우한 기자


“청년의 아이디어와 세운의 기술이 만나면 상상하는 것은 무엇이든 만들 수 있습니다.”

3D프린터로 전자 의수를 제작하는 ‘만드로’의 이상호(37) 대표는 이달 말 세운상가에 새 둥지를 튼다. 경기 부천에 있던 사무실을 정리하고, 세운상가에 스타트업을 위해 마련된 ‘세운 메이커스 큐브’에 입주하게 되면서다. 이 대표는 “전자 의수 하나를 만드는데도 충전거치대, 소켓 등 수십개의 부품이 필요하다”며 “세운상가에서는 이 모든 부품을 15분 안에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마음만 먹으면 탱크도 만들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세운상가에는 없는 게 없다는 게 그의 얘기다. 예를 들어 세운상가에는 충전거치대를 만드는데 필요한 아크릴 판매 업체만 58곳이 있다. 전자의수 장갑 제작에 필요한 직물도 3㎞내에 위치한 동대문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단순히 수많은 부품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숙련된 장인들이 있다는 것도 세운상가만의 장점이다. 가정용 반려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파이보’의 박종권(35) 대표는 “모터 구동, 배터리 제어, 콘트롤보드 제작 등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일은 세운상가가 세워진 이후 매일같이 이루어져 온 작업”이라며 “로봇을 만드는 데 40년 경력의 세운상가 장인들만한 협업파트너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다음달 세운 메이커스 큐브의 새 식구가 된다.

한때 대한민국 전자 메카로 명성을 누렸던 세운(世運)상가가 4차 산업혁명 거점으로 거듭난다. 이름처럼 ‘세상의 기운이 다 모인다’는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기술 장인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청년이 힘을 합친다. 서울시는 지난 3월 ‘다시 세운 프로젝트’를 통해 “세운상가를 도심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모처럼 세운상가에 활력이 돌면서 20%였던 공실률도 1년 새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30년 넘게 세운상가에 터전을 닦아온 전자분야 기술장인 차광호(60) 차산전력 대표는 “세운상가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상가’가 아니라 수많은 경험을 가진 숙련된 장인들이 함께 존속하고 있는 곳”이라며 “새로운 기술 과학의 중심지가 될 충분한 도심 제조업의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세운상가 기술 장인 나호선(왼쪽부터) 나호선엘렉트릭 대표와 스타트업 ‘아나츠’의 이동엽 대표, 전자분야 장인 차광수 차산전력 대표가 14일 세운상가에 있는 나씨의 작업실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다. 홍인기 기자


이는 이달 중순 세운상가와 대림상가를 잇는 보행데크를 따라 조성되는 세운 메이커스 큐브에 청년 스타트업 17곳이 입주하면서 본격화된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힘든 ‘어반 팩토리(도시 공장)’라는 한계와 하드웨어와 기술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 업체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3D프린터 업체 ‘아나츠’의 이동엽(44) 대표는 “서울이라는 도시 안에서는 실제 공장을 운영할 수 없어 로봇 하나를 만들더라도 조립이나 설계는 우리가 하지만 팔과 관절 등 부위별로 소싱을 줘야 한다”며 “세운상가에서는 바로 그런 협업이 한번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7명의 장인들과 함께 ‘수리수리협동조합’을 운영 중인 나호선(60) 나호선엘렉트릭 대표는 “스타트업의 경우 도면상 정해진 그 부품이 아니면 안 되는 줄 알고 그것만 찾아 헤매다 해외에서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우리가 보면 대체할 수 있는 부품이 깔리고 깔렸는데 그런 면에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창업 공간만 내주고 마는 것이 아니라 이들 청년 스타트업이 창업 기반을 닦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체계도 갖췄다. 고가의 최첨단 장비로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해볼 수 있는 일종의 공작소 ‘팹랩서울’과 장비 교육부터 혁신모델 발굴까지 청년 스타트업 양성을 책임지는 씨즈, 현장교육ㆍ실습을 담당하게 될 서울시립대 시티캠퍼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공간은 일반 시민들뿐 아니라 전문적인 제품을 스스로 만드는 ‘메이커’, 예술가들에게도 문을 열고 있다. 무엇이든 뚝딱 고쳐 ‘세운상가의 맥가이버’로 통하는 차 대표와 나 대표가 지난해 청소년 메이커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현장중심 기술교육 ‘손끝기술학교’는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차 대표는 콘센트와 전선 연결 비법을 전수하는 ‘수리수리 얍’이라는 일종의 기술학교를 운영할 계획을 세웠다. 이밖에도 세운상가에서는 블루투스 스피커, 공기청정기 등을 직접 만들어보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세운상가의 부활은 문화와 보행 공간을 만들어 시민들의 발길을 끌어모으는 것으로 완성된다. 청계천을 복원하면서 철거했던 세운전자상가와 청계상가 사이 공중보행교도 다시 건설 중이다. 상가 건물과 건물을 이은 공중보행길을 통해 종묘에서 남산까지 도심 속 남북 1.7㎞를 연결할 계획이다. 세운광장, 다목적홀, 전시관 등 문화공간을 조성해 시민들의 발길도 끌어모은다. 남산과 종묘가 한눈에 들어오는 세운상가 옥상에 전망대가 있는 쉼터를 만들고, 지하에는 조선시대 중부관아터 유적을 현지보존방식으로 전시하는 전시관도 들어선다. 이렇게 되면 현재 하루 3,948명인 보행통행량이 3배 가까운 1만1,964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은 경제적 효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논할 정도는 아니지만 유동인구의 증가로 지역 경제에 상당한 플러스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창구 시 다시세운사업팀장은 “세운 메이커스 큐브 입주로 인한 150명을 비롯해 2020년까지 2,020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술 장인의 노하우에 기반한 기존 전통 제조 산업과 청년들의 혁신성과 새로운 기술이 연결돼 도심제조산업 부흥을 이끌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원문 보기 :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70615205001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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